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인물을 숙청하는 ‘공포 정치’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프리고진 사망 이튿날인 24일(현지 시간),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남부 크림반도에 상륙해 군사작전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 사망 하루 전인 22일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해임된 사실 또한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그는 시리아 내전 등에서 무자비한 폭격 전술을 구사해 ‘아마겟돈’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프리고진 무장 반란과 연계됐다는 소문이 돌자 자취를 감췄다가 돌연 해임됐다. 이를 두고 러시아 엘리트를 향한 푸틴의 경고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이은 숙청이 사회 분열과 혼란을 고조시켜 결국 푸틴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이미 일부 바그너그룹 조직원은 보복을 거론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한 용병은 텔레그램에 “복수할 것”이라고 썼다. “국방부와 정규군 반역자를 죽여라” “(푸틴 집무실) 크렘린궁으로 향하라”는 댓글도 달렸다. 바그너그룹이 반란 당시 잠시 점령했던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벨고로드는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날인 24일 크림반도에 상륙해 군사작전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은 이날 텔레그램에 “크림반도 해안가에 우크라이나군이 상륙해 러시아군과 교전했다”며 “우크라이나 국기를 잠시 게양했고 러시아군 3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상륙 작전을 전개했다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