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야! 저 사람 좀 잡아주세요!”
22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인도에서 30대 남성이 돈 가방을 들고 도망치는 다른 남성을 쫓아가며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던 행인도 추격전을 도왔지만 도망가던 남성은 이들을 순식간에 따돌리고 달아났다.
도망가던 남성은 쫓아오는 무리를 따돌리고 무단횡단 해 반대편 차로에서 택시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현금 1억5000만 원이 든 돈가방과 함께.
검은 옷을 입은 20대 남성 피의자가 돈 가방을 들고 도망치고 있다. 피해자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피의자를 쫓아가던 도중 넘어져 피의자를 잡지 못했다. 독자 제공
● “상품권 팔겠다”더니 현장에서 돌변한 강도
서울 강남경찰서는 백화점 상품권을 팔겠다며 구매자를 속여 현장에서 1억50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20대 남성 2명을 특수 강도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 씨는 상품권 매매업을 하는 피해자에게 텔레그램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저렴한 값에 팔겠다”고 접근했다. 피해자는 현금 1억5000만 원을 돈 가방에 넣어 22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A 씨를 만났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A 씨에게 직접 가방을 열어 현금을 보여줬다. 그러자 A 씨가 돌변했다. 갑자기 가스 스프레이를 꺼내 피해자의 얼굴에 뿌린 것. 눈을 감싸쥐고 당황하는 사이 A 씨는 돈 가방을 빼앗아 품에 안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열려있는 돈 가방을 제대로 닫지도 않은 채 도망가느라 약 4300만 원의 5만 원권, 1만 원권 지폐가 거리에 쏟아져내렸다.
● 경찰 “더 빼돌린 돈 있는지 수사 중”
경찰은 B 씨에게 A 씨의 행방을 캐물었다. 하지만 B 씨는 “텔레그램에서 알게 됐는데 ‘돈을 줄 테니 차 한 번 태워달라’고 해서 태워줬을 뿐 모르는 사이”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돈 가방을 들고 달아난 다음 날인 23일 오전 관악구에서 A 씨와 만난 증거를 내밀었다. 그제서야 B 씨는 “선후배 사이인 A 씨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털어놨다.
거주지를 확인한 경찰은 23일 오후 5시 반경 관악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잠복하고 있다 집을 나서는 A 씨를 체포했다. A 씨도 약 2700만 원의 현금을 갖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직전 가스 스프레이를 준비하고, 범행 직후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