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쉼표/이명학 지음/212쪽·1만7000원·책폴
혜고부지춘추(蟪蛄不知春秋).
여름 한철 살다 가는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장자’에 나오는 말로,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 아는 체해선 안 된다는 속뜻이 있다. 가장 친밀한 가족 역시 내가 겪지 못한 인생을 사는 타인이다. 무심히 건넨 ‘잘되라고 하는 소리’가 상처를 줄 때가 많다. 저자는 이 글귀를 인용하며 세상의 부모들에게 “나의 경험치가 세상 전부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인 저자(전 한국고전번역원장)는 현재 서울 강남구 중동고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21년 교장 부임 후 자신의 아이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는 부모들을 만나며 이들에게 하고 싶은 제언을 책으로 펴냈다. ‘중용’ ‘논어’ ‘한비자’ 등 고전에서 명구를 빌려왔다. 고전을 빌려 섣불리 가르치려 들기보단 저자가 보고 느낀 소회를 담담히 밝히며 독자의 마음을 다독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