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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한 번 없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애들 프로에도 없다”

입력 | 2023-08-26 01:40:00

[위클리 리포트]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세계 무대 도전기
양상문 감독이 ‘남 일’ 여자야구에 두 팔 걷고 나선 까닭



양상문


지난해 12월 3일 중부지방 전역에 새벽눈이 내렸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62)은 롱패딩과 털모자로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한국여자야구연맹에서 마련한 ‘여자 야구 클리닉’ 행사에 참석하러 경기 고양시 NH인재원 야구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여자야구에 큰 애정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평생 야구를 하며 살았지만 그 역시 한국에 여자야구팀이 있다는 사실은 프로야구 LG 감독 시절(2014∼2017년) 처음 알았다. LG그룹이 후원한 여자야구대회가 이천 LG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여자야구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다.

이번 클리닉도 애초에 이틀이면 끝나는 단발성 행사였다. 하지만 이 이틀은 양 위원을 여자야구 국가대표 감독에 자원하게 만들었다. “눈도 와서 야구장의 눈을 쓸고 클리닉을 했는데 선수들이 ‘춥다’는 소리 한 번을 안 하더라.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던 모습이 눈에 밟혔다.”

클리닉을 마친 양 위원은 이 행사에 강사로 함께 참여했던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40)에게 말했다. “동현아,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야구하는 애들이 있었냐? 우리가 좀 도와주자.” 양 위원은 이 위원에게 투수코치를,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정근우(41)에게 타격 겸 수비코치를, 롯데와 SK에서 포수로 뛴 허일상(44)에게 배터리 코치를 부탁했다.

이동현

그렇다고 ‘수고비’를 챙겨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국가대표팀 훈련지인 경기 화성드림파크를 오가는 ‘기름값’ 정도만 겨우 챙겨줄 수 있는 정도였다. 사실상 재능 기부였던 셈이다. 그렇다고 ‘대충대충’은 없었다. 선수 시절 ‘로켓맨’으로 통했던 이 코치는 2019년 은퇴 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전력 투구를 하며 대표팀 타자들의 ‘빠른 공’ 대응 능력을 키워주기도 했다.

대표팀 ‘맏언니’ 신누리(37)는 “사회인 야구는 다 아리랑볼이라 우리가 쭉쭉 들어오는 볼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며 “또 정근우 코치님은 타격 때 손목 쓰는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허 코치도 본업인 배터리 코치는 물론이고 외야 코치까지 맡아 1인 2역을 해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