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아시안게임 주짓수 女63kg급 출전 성기라
성기라(위)가 주짓수 국가대표팀이 훈련 중인 서울 성북구 국민대 무도관에서 주짓수 압박 기술 중 하나인 ‘니온밸리’를 선보이고 있다. 주짓수가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한국 주짓수에 첫 금메달을 안긴 성기라는 다음 달 열리는 항저우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세련된 ‘현대 주짓수’로 금메달을 따겠다.”
서울 성북구 국민대 무도관에 마련된 주짓수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최근 만난 성기라(26·사진)의 얼굴에는 ‘디펜딩 챔피언’의 여유가 묻어 있었다. 주짓수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처음이었고, 이 대회 여자 62kg급 금메달 주인공이 바로 성기라였다. 다음 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체급 기준이 바뀌어 성기라는 여자 63kg급 금메달에 도전한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예정보다 1년 늦게 열린다.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을 법도 하지만 성기라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성기라는 2018년 대회 당시 1회전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고도 결국 금메달을 차지한 다음에야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부상에서 돌아올 무렵에는 코로나19로 대회가 줄줄이 취소돼 실전 경험을 제대로 못 쌓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가 미뤄지면서 성기라는 1년을 날린 게 아니라 1년을 번 셈이 됐다.
사설 도장에서 훈련해야 했던 5년 전과 달리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게 된 것도 성기라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주짓수 대표 선수들은 매주 수요일만 국민대에서 훈련하고 나머지는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성기라는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는 건 처음이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며 긍정적인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성기라에게 아시안게임이 더욱 각별한 건 가족 때문이다. 2013년 처음 주짓수를 시작한 성기라가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동안에도 가족들은 “다칠까 봐 걱정된다”며 주짓수를 반대했다. 하지만 성기라가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자 가족들도 응원하기 시작했다. 성기라는 “앞으로 10년을 더 하고 은퇴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다. 이번을 포함해 아시안게임에 3번 출전할 기회가 생기는데 모두 건강하게 출전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앞두고는 ‘성기라가 맡겨 둔 금메달을 찾으러 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연패 여정은 그때만큼 수월하지 않다. 주짓수에 대해 국가적인 투자에 나선 아랍에미리트(UAE)가 신흥 강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치러진 국제주짓수연맹(JJIF) 세계선수권대회 결과만 봐도 UAE의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나라 왕족인 파이살 알케트비(36)가 남자 94kg급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남녀 총 14개 체급 중 8개 체급 챔피언이 UAE 선수였다. 성기라도 UAE의 샴마 알칼바니(20)에게 결승에서 패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