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투기 중단 국민행진에 앞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왼쪽)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8월 임시국회 회기 조기 종료 안건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 앉아있는 사람) 및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이러는 건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재명 대표의 뜻에 따라 8월 마지막 주를 비회기로 만들고 싶어서였죠. 비회기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가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가게 되면, 가결이든 부결이든 민주당과 이 대표가 입을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을 거란 계산 때문이겠죠.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한 명 때문에 국회 문까지 닫아야 하나”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검토해야 하는 민생법안이 산적했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의 ‘내적 평화’를 위해 국회 일정을 조기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한때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을 위해 헌정사상 유례없는 공휴일 개회까지 밀어붙이더니 이제는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 당내 불화가 극대화 될까 비회기 때 영장이 청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략) 국민의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한 대책 마련과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시급히 머리를 맞대야 할 이 시점에 야당이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할 궁리에만 매몰돼 국회를 내팽개쳐서는 안 될 것이다.”(8월 21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하지만 민주당이 어떤 당입니까. 자당 출신인 김 의장을 압박해 25일에 회기를 종료한다는 수정안을 기어이 상정시켰죠. 수정안에는 “국회법에 따르면 8월 임시회는 16일에 집회하고 해당 월의 말일까지로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효율적인 의사일정을 위해 회기결정의 건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무엇이 효율적인 의사일정이라는 건지는 민주당만 알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상정’ 열쇠를 손에 쥔 김 의장을 설득하기 위해 여당에서 반대하는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강행 계획도 한 수 접고 들어갔죠. 김 의장이 민주당 단독 회기 수정안을 상정하는 데에 반대 입장을 내비치자 “회기를 안 쪼개주면 원래대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던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문에 당론 법안 처리까지 미루냐”는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해 의원 전원 명의로 제출한 회기 변경 안건. 원래 31일까지이던 8월 임시국회 일정을 25일까지로 앞당겨 종료하겠다는 내용이다. 국회 홈페이지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총괄대책위가 준비한 100시간 집중 대응 방안 계획서.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장외투쟁을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22일 우 의원 등 대책위는 주한일본대사관으로 항의 방문을 하러 갔지만 대사관 측 거부로 민주당 결의문도 전달하지 못한 채 경찰에 가로막혀 돌아섰습니다. 우 의원은 다음날 MBC 라디오에서 “대사관 직원 아무도 나오지도 않고, 정말 코빼기도 안 보이고, 우리 경찰이 가는 길을 막고, 정말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하소연하더군요. 하지만 대책위 소속 한 의원은 “명색이 제1야당이 외국 대사관을 항의 방문하는데 경찰과의 사전 협의나 집회 신고도 하지 않아 한국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대사관 항의 방문 일정도 직전에야 뒤늦게 확정된 탓에 참가 의원들을 모집하는데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한 다선 의원은 ‘계획부터 좀 세우고 따라오라 해라’고 불쾌함을 표했다고도 하네요.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총괄대책위 우원식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밤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 당직자, 지지자 등은 빗 속에서 우의를 입은 채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뉴스1
한 민주당 의원은 “요즘 민주당은 정치를 스스로 포기한 것 같다”고 한탄했습니다. 정치는 여야 간의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인데, 이를 의원들이 저버린 채 ‘안 되면 탄핵’부터 너무 섣불리 외치고 본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잘못하고 있다고 탄핵하자고 할 거면, 이재명 대표가 싫다고 사퇴하라고 하는 사람들한테도 ‘수박’이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던 이 의원은 참고로 절대 ‘비명’계도, 수박도 아닙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