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미래다] ㈜동인기연 글로벌 브랜드와 10년 이상 협업 진행 고강도 알루미늄 제품 생산 능력 갖춰 카시트-백팩-골프용품 등 품목 다양화
2024년 2월 준공 예정인 동인기연 김포 본사 리모델링 조감도.
동인기연이라는 기업명은 대중에게 낯설 수 있지만 회사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를 달고 많은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아크테릭스, 그레고리, 예티, 캘러웨이 등 동인기연이 납품하는 브랜드들은 단연 업계 톱티어로 꼽힌다. 동인기연은 이들 대부분의 글로벌 거자래처와 신뢰를 바탕으로 1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인기연의 매출 대부분은 수출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 2021년도에 1684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엔 25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도 지난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인기연은 품질과 자체 기술력 덕분에 수출 중심의 기술 강소기업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다.
고강도 알루미늄 제조… 등판 봉제 기술력으로 세계시장 선점
아웃도어 부문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이 동인기연과 손을 맞잡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특정 제품군에 대해 탁월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동인기연의 가장 큰 강점은 알루미늄 제품 개발 능력 및 생산 기술력이다. 정인수 동인기연 대표는 “국내에 알루미늄 제조 공정을 제대로 갖춘 기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동인기연은 국내 최초로 3D 자동화 장비로 알루미늄 프레임을 생산했는데 벤딩(재료를 구부리는 작업) 시 수작업 공정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한 형상 작업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동인기연의 자체브랜드 ‘인수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백팩(위쪽 사진)과 아웃도어 의자. 동인기연 제공
안전성과 직결되기에 특히 개발 및 제작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하네스(등반용 안전벨트)와 아웃도어 의자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현재 전 세계 하네스 시장 40%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 블랙다이아몬드의 하네스 역시 동인기연이 생산을 맡고 있다.
또한 엔데믹 이후 가족 단위 여행객 증가 및 캠핑의 인기로 인해 여행용 포터블 카시트 및 캠핑용품 소비가 활성화하고 이에 따라 경량 알루미늄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알루미늄 시장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인기연은 이와 같은 알루미늄 제조 기초 역량을 발판으로 사업 확장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유아용품, 골프백 등 사업다각화 성과
정 대표는 알루미늄 소재가 안전성이 필요한 분야에 널리 쓰이면 국민 안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알루미늄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유아용품(카시트) 시장에 뛰어들었고 빠른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특히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자체 카시트 브랜드 ‘피코(PICO)’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수많은 충돌 테스트 끝에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경량(3.8㎏) 고강도 알루미늄 카시트로 2022년 매출 122억 원을 달성했다. 미국 잡지 GQ에 애플 에어 태그, 예티 보온병과 함께 올해의 핵심 제품으로 선정돼 소개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현재의 기술력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투자로 일반 봉제 법인과 차별화를 꾀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설비 투자 총 310억 원 중 39%(122억 원)를 필리핀에 있는 알루미늄 생산 법인에 투입해 전용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원부자재 및 공정을 전용 공장에서 자체 처리하고 있다.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테크니컬 아웃도어 브랜드를 제작해 OBM 기업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총인원 대비 개발 인력 비율은 3.6%나 되고 특허권 50건을 비롯해 지식재산권 254건을 보유 중이다. 미국 아웃도어 디자인 전문 회사와 디자인 개발을 공동 협력하고 있기도 하다.
기술 및 설비 투자 외에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 중인 동인기연은 2022년 3개의 자체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다. 30년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총망라한 테크니컬 아웃도어 브랜드 ‘인수스(INSOOTH)’는 출시와 함께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빠르게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반려견과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반려견 전문 브랜드 ‘젠틀우프(GENTLWUFF)’의 하네스는 암벽 등반용 하네스 기술을 적용해 매우 튼튼하고 안전하며 사용이 편리하다. 동인기연의 대표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하이엔드 백팩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재해석한 ‘디나이언트(DINAIENT)’ 또한 MZ세대 사이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동인기연은 필리핀에 생산기지 9곳을 두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 현지 사업장에서 개최한 ‘동인 스포츠 페스티벌’ 모습. 동인기연 제공
정 대표는 “지금까지 25년간 현지 근무자들과 함께 일하며 큰 문제는 한 번도 없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스포츠 페스티벌, 연말 크리스마스 파티 등 화합을 위한 각종 행사와 함께 저금리 대출 등 적극적인 종업원 복리 후생 정책을 실시해 한국 기업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쌓으며 국위 선양에 일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노동청에 신청만 하면 근로자 51% 이상 찬성투표만으로도 노조를 만들 수 있지만 압도적인 표 차이로 노조는 만들지 않았다. 정 대표는 복지도 복지지만 필리핀 국민성을 파악해 그들이 원하는 근무 조건과 환경을 맞춰줬던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올해 상장 목표 2032년까지 매출 6000억 원 달성할 것”
정인수 동인기연 대표 인터뷰
동인기연 정인수 대표(사진)는 코로나19 시기에 컨테이너 물동량이 줄어들어 납품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문제 등 대외적 장애 요인들이 해결됐다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늘면서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도 안정적인 성장세에 재진입했다는 평가다. 해외 수출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인기연은 2025년 3억 달러(약 4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상승세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로 예상한다.
동인기연이 코로나19 시기 침체를 겪었으나 이제 완전히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하락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히려 배운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거래처 중 몇몇 기업은 매출 급감을 이유로 기존 물량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등 갑작스러운 계약 불이행으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정 대표는 “심지어 약속된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도 나타났지만 반면에 선결제로 끝까지 약속을 지키는 기업들을 보며 함께 손잡고 나갈 거래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를 구분하게 되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변화하는 시장을 주시하며 제품 개발에 매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집단 활동에서 개인 활동 위주로 변화한 레저용품 업계의 변화에 발맞춰 골프 브랜드로도 납품처를 늘렸다. 현재 골프백 등을 생산 중인데 생산 규모를 더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의 캠핑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정 대표는 “꾸준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북미 시장을 비롯해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북미에서는 미국 내 빅3 텐트 브랜드(BIG AGNES, NEMO, MSR)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유일하게 일괄 생산 체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내년부터는 텐트 매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골프용품 이외에도 하드 케이스 러기지 생산 등 기존의 알루미늄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동인기연이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또한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SAP 고도화 및 내부 통제 강화로 지속 성장과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존에 사용해 오던 SAP를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고도화해 경영 관리 향상, 생산성 및 효율성 확보를 꾀하기로 했다. 아울러 ESG 경영 체제를 구축(ESG 전담 조직 구성 예정)해 세계적 유수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봉제 기술 극대화, 알루미늄 기술 고도화를 모토로 자체 브랜드 고급화와 브랜딩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아용 카시트 투자도 늘리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동인기연 피코 카시트의 경우 코로나 기간 동안 하루에 25개 팔리던 것이 이젠 하루 100개씩 판매되면서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인기연은 올해 안 상장을 목표로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 정 대표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2032년까지 매출 6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아웃도어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끌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