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및 조선인 학살 발생 100년을 맞아 일본 정부는 지진을 철저히 대비하자는 교훈을 되새길 뿐 당시 벌어진 참상은 외면하고 있다.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 등이 이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가진 ‘일본 간토학살 국가책임 인정하라’ 간토학살 100주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사회종교단체가 모여 결성된 추진위는 간토대학살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간토제노사이드 국제학술회의 개최, 100주기 한국 추도문화제 개최, 일본 현지 추도행사 참가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뉴스1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2003년 8월 일본 정부에 간토대지진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는 권고서를 보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최근 권고서에 대해서도 “20년 전 일이라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는 취임 첫 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큰 재해와 여러 사정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보낸다”고 구두로 언급할 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학살당해 숨진 이들을 지진 피해자로 뭉뚱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1974년 이 행사가 시작된 이래 극우 성향 이시하라 신타로 등을 비롯한 역대 도쿄도지사들은 모두 추도문을 보냈다.
일본 시민들에게는 당시 대학살 기억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일본여론조사회가 올 6~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사실이 아닌 소문으로 혼란이 심했다는 사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66%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당시 참상을 저지른 것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억울한 희생을 추도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일본 130개 시민단체는 31일 도쿄에서 추도 대회를 연다. 앞서 25일에는 일본 도쿄의 국회의원회관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100년 희생자 추도 대회’ 개최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 정부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추도 행사를 크게 개최한다. 재일동포 단체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매년 민단 강당에서 열던 희생자 추도식을 정부 후원으로 9월 1일 도쿄 지요다구 도쿄국제포럼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은 “대지진 및 학살 100년을 기념해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힘써온 양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