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대량생산 가능성 제시 금속-탄소층 쌓인 2차원 나노물질 한국과학기술연구원서 기술 개발
맥신 표면에 붙은 분자의 분석모델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인도협력센터 연구진. KIST 제공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나노물질 ‘맥신(MXene)’에 대한 관심이 과학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맥신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물성 예측 및 분류 시스템을 구축해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높은 전기전도성을 갖추고 여러 금속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는 맥신은 반도체, 전자기기,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친환경 코팅제부터 전기차 배터리까지 활용
27일 과학계에 따르면 마젠중 중국 산시대 교수 연구팀은 맥신에 초음파 처리를 거쳐 광열 내구성 효율과 항균 효과를 높인 가죽 코팅제를 개발한 연구 결과를 2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엔지니어링’에 발표했다. ◀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맥신.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연구팀은 맥신 표면에 초음파 처리를 거쳐 빛과 박테리아에 대한 내구도를 끌어올렸다. 그런 뒤 2가지 성질에 친화성을 갖는다는 의미인 ‘양친매성’을 강화해 빛과 박테리아가 맥신 코팅제에 몰리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코팅제는 석유 기반 화학 제품의 대안으로 가죽·종이·건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바이오 기반 나노복합코팅 개발에 새롭고 지속 가능한 접근 방법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맥신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수요가 커지는 배터리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후삼 알샤리프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과학기술대(KAUST) 연구팀은 맥신을 활용한 대체 전극재를 사용해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올해 5월 국제학술지 ‘스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차세대 배터리에 들어갈 음극 소재를 합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레이저 미세 가공 기술로 맥신 입자 내부에 ‘나노도트’라는 층을 생성해 배터리 방전 후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을 보완했다. 실험 결과 나노도트가 적용된 맥신으로 전극재를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렇지 않은 맥신 활용 배터리보다 전기 저장 용량이 4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흑연 기반 배터리와 달리 나트륨이나 칼륨과의 융합도 가능하다.
● 대량 생산 가능성 알려지며 관심 급증
맥신이 다방면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대량 생산이 필수적이다. 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맥신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게재했다.맥신 표면에 덮인 분자가 불소일 경우 맥신의 전기전도성이 낮아져 전자파 차폐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표면 두께가 1nm(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해 여기에 붙은 분자를 분석하려면 고성능 전자현미경을 이용해도 수일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표면에 붙은 분자에 따라 전기전도도 또는 자기적 특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2차원 소재의 물성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결과 맥신의 자기수송 특성을 계산해 다른 추가 장치 없이도 대기압과 상온에서 맥신 표면에 흡착된 분자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 전문가들 “과도한 관심은 경계”
일각에서는 최근 맥신에 쏠리고 있는 과열된 관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맥신의 다양한 활용법을 확인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실험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수준인 만큼 상용화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는 의미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