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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학생 20% 증가… “교권침해 논란, 장애혐오 돼선 안 돼” [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 2023-08-27 23:45:00

특수교사가 바라본 교육 현장




《“요즘 특수 교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수가 뭔지 아세요? 특수 교육 대상 학생이 위협 행동을 했을 때 교사가 안 맞고 피하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에요.”

‘특수 교육 대상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시각, 청각, 자폐 등의 장애를 앓고 있어 특수 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보통 유치원이나 초중고교에서는 ‘특수 학생’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바로 특수 교사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20년 차 초등 특수교사 박모 씨는 “학생들에게 맞아보지 않은 특수교사는 찾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돌발행동이 잦은 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들은 학교에서도 교권 사각지대에 가장 깊숙이 놓인 직군이다. 지난달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 자녀를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과 함께 특수교육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이 논란에서 특수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런 관심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에 대한 반대 등 ‘장애 혐오’로 번지는 것이다.일부 학부모들은 “행동 제어가 어려운 장애 학생 때문에 내 아이의 학습권을 침해받기 싫다”며 분리 교육을 주장한다.》




박 씨는 “특수교사 교권 침해 실태가 알려졌을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라며 “진짜 문제는 특수교육 인력 부족과 특수교육 홀대다. 통합교육은 비장애 학생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4월 기준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 특수교육 대상자는 10만9703명이다. 2018년 9만780명에서 5년 만에 20.8%(1만8923명)나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기에도 장애 학생 수와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의료계에선 장애 조기 진단 증가 등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영향으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장애인지 몰랐던 사례를 의학 기술 발달로 더 정확히 발견하고 분류하게 된 영향도 있다.





● 문제 생기면 “특수교사가 맡아야죠”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중 장애가 심하거나 전문적인 특수교육 시설이 필요해 특수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26.7%(2만9236명)다. 이보다 훨씬 많은 73.3%(8만467명)는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받는다. 언뜻 장애 학생 4명 중 3명은 통합교육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에 속한 학생은 1만8474명으로,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16.8%에 그친다. 나머지는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에 배치된다.

그나마 배정된 일반 학급에서도 장애 학생들은 소외당하기 일쑤다. 장애가 있는 중학생 자녀를 둔 정모 씨(45)는 “조별 활동에 도움이 안 되니 우리 아이를 같은 조에 넣지 말아 달라는 민원을 넣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특수교사 김모 씨는 “학생들이 수업 분위기를 조금만 흐려도 특수학급으로 쫓겨나고, 통합학급 소속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해당 담임교사는 ‘특수교사가 처리하라’며 떠넘기곤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수학급 정원을 초과해 학생을 담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특수학급 학생 정원은 유치원 4명, 초중등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충남 금산군 진산초 특수교사 이지윤 씨는 “일반 학급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이 생기면 그 학생을 돌보느라 특수학급 아이들을 챙길 수가 없다. 각 학급에 공익근무요원 등 보조 인력이 있어도 결국 특수교사가 모든 학급의 특수교육 학생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 통합교육,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 ‘윈윈’



특수교육계에선 일반 교사와 학부모의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와 비장애 학생을 한 공간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교육이라는 것이다.

장애 학생에게는 일반 학생들의 태도를 보고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이상 행동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영훈 가톨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학교 여건이 안 된다고 장애 학생끼리만 모아놓는 것은 수용(收容)일 뿐 진짜 교육이 아니다”라며 “해외에선 심각한 장애가 있어도 통합교육을 하는 곳이 많다. 언어적 발달, 사회성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장애 학생에게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기회가 된다. 특수학교인 전남 나주 이화학교 교사 이성은 씨는 “일반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또래 도우미’를 뽑아 장애 학생의 공부를 도운 적이 있다. 통합교육이 일반 학생에게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익히고, 더 성숙한 개인으로 성장시키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 특수교육 환경 개선, 학교장 책무 강화해야



8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특수교사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 뉴스1

17일 정부는 특수교사 교권 보호를 위한 ‘생활지도 고시안’을 내놨다. 고시안에는 학생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 학생에게 헬멧과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할 수 있고, 생활지도 불응 학생의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특수교사들은 이런 대책이 교사나 학생의 신체적 피해를 일부 줄일 수는 있어도, 근본 대책이 될 순 없다고 주장한다. 장애 학생의 ‘도전 행동’을 중재할 때 어느 정도까지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장의 ‘책무’가 빠진 점도 문제다. 고시안에는 ‘학교장이 통학 학급과 특수학급 교원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지만, 의무로 규정한 조항의 거의 없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문제 행동이 심각해 생활지도가 어려울 경우 학교장이 교육청에 행동 중재 전문가를 요청하고, 병원 등 치료기관 연계까지 하도록 학교장의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특수교사는 학교의 특수교육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학교장의 의지 부족을 꼽는다. 서울의 한 중학교 특수교사는 지난해 교장에게 특수교사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가 ‘특수학급이 더 생기면 장애 학생을 더 받아야 하고, 학부모 민원도 늘어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특수교사 증원을 꺼리는 학교장들은 교육청에 요청해 특수교육 실무사 등 보조 인력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교육 활동 지원에만 역할이 한정돼 있어 행동 중재나 개인 특성에 맞는 특수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 특수교육 대상, 한국 1.8% vs 호주 18.8%



전문가들은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맞춤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0년 발표된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의 ‘특수교육법 개정 방안 연구’에서도 △특수학급 학생 수를 유치원·초중고교 각 3명, 4명, 5명, 5명으로 감축 △중도·중복장애 학생 배치 학급의 학생 수 감축 △통합학급 담당 특수교사 배치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수교육 대상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특수교육 대상자는 전체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의 약 1.8%에 불과하다. 반면 호주는 그 비율이 18.8%, 미국은 14.1%, 일본도 5.0%에 이른다.

특수교육원에 따르면 호주는 2018년 0∼14세 장애 아동 약 35만 명 중 ‘심리·사회학적 장애’로 분류된 경우가 35.6%였다. 미국과 독일은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 계산 등이 어려운 ‘학습장애’ 학생 비율이 각각 33.2%, 34.6%에 달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고 있는 경우다. 한경근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미국 일부 주에선 경계선 지능(지능지수 71∼84)이나 정서 위기 학생 등을 위해 특수교사 외에 통합교육 코디네이터를 추가로 배치한다”며 “다양한 교육 소외 계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학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