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외국기업 유치전’ 뒤처지는 한국

입력 | 2023-08-28 03:00:00

외투기업 현금지원 年 10여곳 그쳐… 지원액 500억, 2년전보다 100억 ↓
외투기업들 “해외 비해 턱없이 부족”
전문가 “공급망 위기 국면 대비해
국가안보 관점에서 재설계 필요”




올해 한국 정부가 현금 지원하는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수는 10여 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과 전 세계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를 포함해 세계 여러 국가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반도체 소재 기업 A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외투기업에 대한 지원은 경쟁력이 너무 낮아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2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외투기업 현금 지원

정부는 2019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외투기업을 현금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심사를 거쳐 10여 개 기업에 500억 원을 배분했다. 2년 전보다 100억 원 줄어든 규모다. 현금 지원은 외투기업들이 국내 진출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요소 중 하나다.

외투기업 관계자들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외투기업 현금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화학기업 B사 관계자는 “현금 지원을 이유로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투자지를 선정할 때 여러 국가를 선택지로 놓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이나 세금 감면 혜택 등이 최종 결정에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에 75억 달러(약 9조9500억 원)를 투자하자 4조5000억 원 규모 보조금을 지원했다. 정부는 내년에는 외투기업에 대한 현금 지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현금 지원 확대 규모와 대상 사업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규제도 외투기업 유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A사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분야 투자는 수도권에 진출해야 고급 연구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데 규제 때문에 대부분의 외투기업 투자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이뤄지면서 인력을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며 “수도권 진출이 어렵다면 인건비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정부가 고용 비용을 지원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 “국가 안보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던 것도 2018년부터 일몰돼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인은 더 떨어졌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국내 산업 구조 고도화에 기여하는 기업이나 경제자유구역, 새만금사업지역 등에 입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5년 또는 7년 단위로 법인세를 감면해줬다. 법인세 감면 총액은 2018년 1701억 원에서 2021년 679억 원으로 60%가량 줄었다.

유럽연합(EU)은 2017년 한국이 외국인 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제도 등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18년부터 해당 조항으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기존 5년 또는 7년간 세제 혜택이 결정된 기업들만 남고 새롭게 혜택을 받는 기업은 없어진 것이다. 정부는 2025년 이후부턴 해당 조항을 통해 세제 혜택을 받는 기업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투기업 유치를 국가 안보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병수 서울디지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외국인 투자 지원 정책은 투자 촉진을 목적으로 설계돼 있는데 공급망 위기 국면을 대비해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을 최대한 유치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