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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가격 지키려고…수영장 100개 채울 와인 폐기한다

입력 | 2023-08-28 16:32:00

약 2857억원 들여 폐기 예정…청소용품·화장품 재료로 활용
와인 소비량 점점 줄어…"환경 친화 와인 전환 등"도 논의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1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의 와인을 폐기할 예정이다. 프랑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내면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억1600만달러(약 2857억원)의 지원금을 투입해 막대한 양의 와인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와인의 제조 비용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그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어 생산자들이 이익이 남길 만큼의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워짐에 따른 결정이다.

폐기처분될 와인을 그냥 쏟아 버리는 건 아니다. 프랑스의 와인 생산자들은 정부 지원금으로 와인을 순수한 알코올로 증류해 청소용품이나 향수 등 다른 제품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와인 소비 감소는 그다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와인 소비량은 1926년 연간 1인당 평균 136L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간 소비량이 40L까지 떨어진 바 있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 또한 와인의 대체품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와인을 선택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데믹을 통해 많은 술집, 레스토랑, 와이너리 등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물가가 상승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비료와 병 등 와인 제조에 필수적인 제품들의 운송을 방해해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와인 시장을 연구해 온 엘리자베스 카터 뉴햄프셔대학교 정치과학 교수는 프랑스에서 지원하기로 발표한 보조금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카터 교수는 “프랑스는 지난 19세기부터 와인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정부가 수량을 제한해 잉여 물량을 없애고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자들이 포도를 얼마나 재배해야 할지, 와인의 양이 어느 정도여야 너무 많은지를 고민하면서 수십 년 동안 프랑스 내부에서 토론이 오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는 와인 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는 생산자에게 포도나무를 몇 그루까지 재배가능한지, 나무끼리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음식과 와인을 연구하는 올리비에 제르고 케지비즈니스스쿨(KEDGE Business School) 경제학 교수는 이번 계기를 통해 프랑스 와인 업계가 장기적인 해결책을 고려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제르고는 “업계는 이처럼 변화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환경을 존중하는 와인 생산과 같은 더 나은 미래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