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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로 심정지 걱정 덜고 빠르게 일상 회복

입력 | 2023-08-29 03:00:00

심박동 상태에서 혈관 잇는 수술
난도 높지만 부작용 위험 적어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받아야



인하대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신윤철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병원 수술실에서 ‘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을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는 박진명(가명·38) 씨는 최근 당뇨병 증상으로 인하대병원을 찾았다가 혈관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5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그는 6월 당뇨발(당뇨병으로 인한 족부 손상) 증상이 다시 나타나 인하대병원을 찾았다가 혈관 이상 증상을 발견한 것이다.

의료진은 박 씨의 당뇨발 수술을 위한 검사로 심장초음파를 진행했는데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박 씨는 과거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중재술(관상동맥의 협착 부위를 넓혀주는 시술)을 받기도 했다. 의료진은 심장혈관을 촬영하는 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았던 박 씨의 혈관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인하대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신윤철 교수는 곧바로 박 씨에게 관상동맥우회술(막힌 혈관에 새로운 우회 혈관을 잇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신 교수는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박동 상태에서 시행하는 ‘무(無)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을 전신 마취하에 4시간여에 걸쳐 집도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박 씨는 수술 다음 날 식사를 할 정도로 상태가 빠르게 호전됐다.

신 교수에 따르면 관상동맥은 심근(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한 혈관이다.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동맥벽이 두꺼워지고 굳어져 탄력을 잃는 질환)나 혈전(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 등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액이 심장에 온전히 공급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대표 질환에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이 있다. 이 중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발생하며 5분 이상 지속되면 심장 근육이 괴사한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는 전체 돌연사의 70%에 달한다. 가슴과 등 부위 통증이 있고, 턱이나 팔까지 통증이 뻗어나가는 증상이 있으면 관상동맥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최근 관상동맥우회술은 무심폐기로 이뤄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심장과 폐 역할을 하는 심폐기를 연결해 심장을 세워 수술해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심장 정지로 인해 전신 염증 반응이 일어나거나 출혈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은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혈관을 잇기 때문에 혈액이 곧바로 공급된다. 뛰는 심장에 미세혈관을 이어야 해 수술 난도는 높지만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받을 때 회복 속도가 빠르다.

심장 수술은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근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 심근이 괴사하고 더 나아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약물 요법이나 관상동맥중재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면 수술할 필요가 없는 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는 생명을 지키는 필수 요건이다.

신 교수는 “관상동맥우회술은 좁아졌거나 막힌 관상동맥에 우회 혈관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라며 “이를 통해 심장 근육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 관상동맥 질환으로 생기는 증상을 완화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