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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의 토지투자]역세권 개발, 아파트 수요 있어야 원활

입력 | 2023-08-29 03:00:00

역 들어서도 농지-상가 영향 제한적
아파트 지을 수 있어야 개발 원활해
“주택 수요-인구 전망 등 살펴야”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역(驛)이 들어선다고 하면 땅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쉽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역세권 개발사업이 이뤄지는 원리에 맞게 토지를 매입해야 오랜 기다림 없이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발표 때 한 번 오르고, 착공 때 또 한 번 오르고, 개통 때 또 오른다’는 이야기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역이 개통하면 가장 크게 가격에 영향을 받는 곳은 인근 지역에 있는 아파트다. 역세권 주택이 되면 교통 편의가 좋아져 거주 여건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토지와 상가 매매가는 그 다음에 오른다. 지하철 타고 농사지으러 올 수 있다는 이유로 농지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아파트를 지었을 때 분양이 잘될 지역을 사야 한다. 공공에 의한 수용방식의 사업이든, 땅 주인들이 조합을 만들어 추진하는 사업이든 차이가 없다.

2010년 무렵,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지금의 가평역이 개통하기 전의 일이다. 당시 허허벌판 가평읍 달전리에 가평역이 들어선다고 해 땅값이 꽤 긴 시간 들썩거린 일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달전리 자연녹지지역 내 전(田)으로 분류되는 토지의 3.3㎡당 가격은 2011년 1월 46만 원 수준에서 144만 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평에 아파트를 분양하면 사러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수 후 가격이 오르는 건 고사하고 분양이 마감될지도 알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과한 2010년 전후의 주택경기라면 더더욱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가평군이 역 주변을 역세권 개발사업으로 바꾸겠다고 한 것은 행정계획일 뿐이다. 가평군 달전리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시행자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없다. 토지 주인들이 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도 조합원의 사업비를 충당하려면 사실상 아파트 용지 매각이 전제돼야 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충남 당진시 합덕역은 서해안 복선전철이 개통을 1년여 앞두고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세권 개발사업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아파트가 워낙 싸고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역세권 개발사업을 끌고 갈 시행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말이다. 2013년 주변에서 추진했던 합덕 테크노 폴리스 개발사업이 완전히 해제되면서 개발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가평역이나 합덕역 주변 역세권 개발사업이 영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주택에 대한 수요가 모이거나 인근에 산업단지와 같은 정주 인구가 늘어날 요인이 발생하면 언제든 역세권 개발사업은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역세권 개발사업이 잘될 곳도 살펴보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갓 착공한 2018년 당시 A노선 용인역이 분당선 구성역 바로 서쪽에 계획됐다. 이 지역 인근에 있는 용인시 기흥구는 입주 20년이 지난 아파트더라도 전용면적 84㎡ 매매가가 7억∼8억 원 선으로 형성돼 있고 이 지역의 한 아파트는 최근 같은 평형 분양가를 12억3500만 원으로 매기기도 했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기에 사업성이 좋다는 의미다.

사업 시행자는 나타났을까? 경기도시공사와 용인도시공사가 선뜻 사업 시행자로 나섰고 이미 지난해 말에 보상안내문이 나갔다. 이 지역은 역세권 개발사업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