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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기후정보공시 의무화 시대의 도래

입력 | 2023-08-29 03:00:00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각국에서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기업들이 정확한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기후정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자료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각 기업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채택하는 지침이 다르고 정보 공개 수준에도 차이가 있어 투자자들이 판단 근거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기후공시 표준을 공개함에 따라 산재해 있던 공시표준이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ESG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개선은 물론이고 활용도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IFRS 공시 기준에 따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계 분류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 가운데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붙을 경우 비재무 정보로 분류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당 정보가 ‘재무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 숫자든 아니든 ‘재무 정보’로 이해해야 한다.

IFRS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S1)과 기후(S2) 위험, 그에 따른 기회 요인의 발생을 판단해 △사업모형과 전략 △재무상태 △현금 흐름 등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고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FRS의 공시표준 발표에 앞서 유럽연합(EU)에서는 유럽지속가능보고표준(ESRS)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정보 공시 규정을 공개하면서 기후정보 공시 표준을 수립하고 의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요 국가의 ESG 정보 공시 의무화 움직임에 이은 IFRS의 기후 공시 표준서 발표는 기후변화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정보가 더 이상 비재무 정보의 영역에 머물지 않음을 의미한다.

IFRS 기후 공시 표준은 국가를 넘어 채택할 수 있다. EU와 미국의 기후 공시 제도는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단계적인 공시의무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현지 증시에 상장돼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 상장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이 기업들의 협력업체들도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상당수도 직간접의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상장기업들은 자발적인 형태로 기후를 포함한 ESG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지배구조 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기업의 자산 규모에 따라 단계적인 의무화 절차를 밟고 있지만 해외 공시 제도에 비해 속도가 더디다. ESG 정보 공시 제도 역시 세계적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다.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