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社 온실가스 배출 작년 4% 늘어 네트워크장비 등 전력사용 많은 탓 무상할당 업종 지정 사실상 무산 전력 줄이는 신기술 도입 서둘러
탈(脫)통신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내세운 통신사들이 전기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IDC)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 등으로 각종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이 통신사 미래 전략의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통신 3사가 발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366만3515tCO2e(이산화탄소 환산톤)로 전년 배출량 352만2581tCO2e 대비 4% 증가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와 IDC·클라우드를 담당하는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의 배출량까지 합치면 지난해 배출량은 총 436만5623tCO2e로 전년(416만4345tCO2e)보다 4.8% 늘어난다.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3.5%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며 통신 3사의 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업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기존 탄소 배출량의 40%가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SK텔레콤의 경우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활용하는 ‘RE100’ 달성을 위해서 2030년까지 1673억 원, 2050년까지 8408억 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KT는 올해 재무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기후변화 대응’을 3위로 선정했다. 지난해 ESG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1000억 원 이상의 재무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을 164만1973tCO2e로 집계하며 전년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통신사는 탄소 배출량 감축에 투입되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정부에 통신업을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업종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무상할당 제공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기업은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으면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고,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으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매입해 기준치를 맞추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무상할당은 대외 수출을 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무역집약도 등을 파악해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며 “통신 업계가 주장하는 공공성 기여라는 이유만으로 예외적으로 무상할당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일부 기업에 배출권을 무상할당하고 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