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상반기 영업익 385억→1174억 롯데웰푸드-해태 등도 깜짝 실적 “소비자에 부담 전가 과도” 지적 업계는 “비용절감, 해외서 성과”
원자재값 인상 등을 이유로 최근 제품 가격을 올린 주요 식품업체들이 올해 상반기(1∼6월)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그리드플레이션’(탐욕+물가 상승)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업체들은 비용 절감 노력에 해외 시장 개척 성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용 상승분을 뛰어넘는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결과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식품업체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
28일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올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농심은 상반기 영업이익 1174억 원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386억 원) 대비 203% 늘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삼양식품은 2분기(4∼6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440억 원을 거두며 상반기에만 6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었다. 롯데웰푸드(87.9%), 해태제과(75.5%), 풀무원(33%), 동원F&B(30%) 등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줄줄이 상승했다.
제품 가격 인상은 현재진행형이다. 롯데웰푸드는 추석을 앞두고 다음 달 1일부터 대표 소시지 제품 ‘키스틱’ 가격을 2000원에서 2200원으로 올린다. 하림은 닭가슴살 제품 4종의 가격을 39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한다.
● 식품업계 “해외 개척과 비용 감소 안간힘”
최근 국제시장에서 주요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식품 가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8월 248.8달러에서 올 8월 188.9달러로 24% 하락했다. 밀 가격도 같은 기간 319.3달러에서 283달러로 11.3% 떨어졌다. 원가 부담이 낮아졌음에도 정부 압박으로 일부 제품만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면서 식품업체를 향한 ‘그리드플레이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식품업계는 해외 사업 성장과 각종 비용 절감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시장이 원가 부담과 정부의 고물가 관리 등으로 실적이 주춤한 사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실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식품의 특성상 한 번 오른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손실을 피하기 위한 기업의 가격 인상이 결과론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늘리면서, 의도치 않게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