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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만든 아시안에 의한, 아시안을 위한 코미디

입력 | 2023-08-29 03:00:00

주연 모두 동양인 여성 ‘조이 라이드’
말레이시아 출신 감독 “꿈같은 일”



영화 ‘조이 라이드’에서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몰래 탄 오드리(애슐리 박·왼쪽에서 두 번째)와 친구들. 판시네마 제공


‘아시안의, 아시안에 의한, 아시안을 위한’ 코미디 영화가 할리우드에 등장했다. 주연 배우 전체가 여성 동양인 배우인 영화 ‘조이 라이드’다. 북미에서 메가히트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년)의 각본가 아델 림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가진 정체성 고민에서부터 성적 욕망까지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 백인 위주의 할리우드에서 대상화된 아시안이 아닌 ‘진짜 아시안’의 모습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에밀리의 단짝 친구인 민디로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애슐리 박이 주인공 오드리 역을 맡았다. 영화 후반에 한국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30일 개봉하는 ‘조이 라이드’는 백인 양부모에게 입양된 오드리(애슐리 박)와 그 친구들이 다 함께 중국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백인 부모 밑에서 잘나가는 변호사가 된 오드리는 자신의 뿌리는 찾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진급이 걸린 중요한 중국 출장을 가게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친엄마를 찾아 나서게 된다.

오드리의 단짝인 롤로는 중국계 미국인인 셰리 콜라가, 중국에서 배우로 일하고 있는 캣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조이 왕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대만계 미국인 스테퍼니 슈가 맡았다. K팝에 심취한 롤로의 사촌동생 데드아이 역은 중국계 미국인 사브리나 우가 연기했다.

이들은 ‘아시아인은 내성적이고 예의 바르다’는 편견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롤로는 남녀 성기를 본떠 만든 도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이고, 캣은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악마 문양 문신을 했다. 데드아이는 성적 정체성이 불분명한 괴짜 같은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가족과의 관계, 사회 속에서 느끼는 이질감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드라마 ‘로스트’의 권진수 역으로도 잘 알려진 배우 대니얼 대 킴도 카메오로 깜짝 출연한다.

말레이시아 이민자 출신인 림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A급 영화에, 더군다나 코미디 장르에 아시안을 주연으로 쓰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연출을 맡게 된 것이 꿈같다”고 했다. 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인들은 수백 년 동안 미국에서 타자로 인식돼 왔다”면서 “엄마로서 제가 아시아인들의 저속하고 선정적인 면을 영화로 드러내 제 아이들이 이곳에서 (아시안이 아닌) 똑같은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여진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