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계약서와 근로 조건 달라”… 스타트업 입사 후 업무강도 높아 회사 “직원 채용 고민 커져”… 계약서 작성 앞두고 입사 포기 전문가 “근로계약서 작성은 필수”… 임금-근로시간-근무지 등 명시
게티이미지코리아
《3년째 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 씨(25)는 최근 직원 채용 문제로 고민이 크다. 김 씨의 회사에 최종 합격해 입사일과 연봉 조율까지 마친 지원자 중 올해 상반기(1∼6월)에만 4명이 입사 포기를 통보해 왔다. 구두계약으로 입사 시점까지 정한 뒤 첫 출근일을 불과 1, 2일 남겨두고 ‘회사를 다니지 않겠다’고 통보해온 것. 김 씨는 이들의 입사를 환영하기 위해 회사 로고가 그려진 옷 등 회사 ‘굿즈(기념품)’들과 장비를 마련하는 데 인당 50만 원을 지출했다.》
● 출근 하루 이틀 전 “입사 안 하겠다” 통보
새로 시작하는 제작 외주 일정에도 인력 배분에 차질이 생겼다. 김 씨는 신입 사원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청소를 하는 데도 업무 외적 시간을 많이 소요한 만큼,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힘이 빠진다고 설명한다. 김 씨는 “구두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지원자에게 입사를 준비하는 데 든 비용 등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내용증명을 보내도 답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렇게 구두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발생하는 금전적, 시간적 손해가 생각보다 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하소연했다.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27)는 2021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두 곳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두 번째 스타트업에서는 ‘초기 멤버’로 들어가 스톡옵션도 받는 등 괜찮은 대우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괜찮은 대우만큼 살인적인 업무 강도도 뒤따랐다. 주 52시간 근무를 보장해준다는 근로계약과는 다르게 일주일에 100시간을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변에서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던 김 씨도 ‘주 100시간’ 근무를 버티지 못하고 4개월 만에 회사를 나오게 됐다. 김 씨는 “아무래도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직원 개개인의 근무시간 같은 근로계약상의 내용은 형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근로자 10명 중 3명은 근로계약서 작성 안 해”
이처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아 손해를 입는 경우가 여전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근로계약서 작성 전 ‘잠수’를 타거나 근무 1, 2일 전 회사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경우는 법적인 제재 방법도 없어 채용 시 속앓이를 하는 고용주가 적지 않다.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근로계약 내용이 실제 근로조건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입사 시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 조건이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한지를 묻는 질문에 김 씨처럼 ‘동일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2.4%에 달했다. 직장인 10명 중 2명은 근로계약 내용과 실제 근로환경이 달랐던 것이다.
● 전문가 “근로계약서 반드시 작성해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참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염하영 동화노무법인 노무사는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 자체가 당장의 성장에 초점을 두다 보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실제 근로계약상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과도한 근무가 강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계약서 작성 및 준수 의무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어 근로계약서 미작성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시간 미준수, 포괄임금제 오남용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늘리는 식의 제재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근로계약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