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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옷인데 색깔 다르면 인증 다시”…황당한 규제들

입력 | 2023-08-29 09:58:00

'중소기업이 선정한 킬러규제 탑100' 책자 발간
아동 의류, 색 다르면 개별 인증…"부담 줄여야"
"슬립테크 기기, 온수매트 분류…원격제어 불가"




중소기업들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제품임에도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개별 인증을 받아야 하거나, 제품 분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산업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발간한 ‘중소기업이 선정한 킬러규제 탑100’ 책자에 따르면,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은 동일한 제품일지라도 원단 색상에 따라 별도 시험을 실시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경기 소재의 유아용 의류 제조업체는 색깔별 개별 인증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업체는 “5가지 색의 유아용 내복을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는데, 동일한 공정이라도 색깔이 다르면 추가적인 인증 과정이 필요하다”며 “같은 제품에 색깔만 다른데도 인증을 위한 추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안정성 인증 절차의 간소화를 제시했다.

가구의 경우에도 같은 원자재로 다른 규격의 제품을 다수 생산할 때, 개별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경기 포천 소재의 사무용 가구 등 제조업체는 “품목을 추가할 때마다 검사를 다시 해야 하고 추가로 비용이 든다”며 “동일한 원자재로 만든 제품인데 사이즈가 다르다고 모두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냐”고 꼬집었다.

의료기기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규제로는 동일 재질 주사바늘임에도 주입되는 주사액 종류에 따라 개별 인증을 받도록 돼 있다.

충남 소재의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스틸을 이용해 만든 주사바늘은 어떤 종류의 주사액을 사용하더라도 제품이 변질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용 인증, 백신용 인증 등 용도에 따라 한번에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도 규제는 마찬가지다. 무인화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키오스크 사용률은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일부 성인인증이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가 쉽지 않다.

수도권 소재의 포스·키오스크·무인 자판기 개발 제조업체는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무인화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고, 이에 업계 규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주류, 담배, 성인용품 등 일부 성인인증이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는 확대가 더딘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6월 ICT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통해 스마트 주문 방식의 주류, 성인용품 등의 판매가 허용됐으나,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신청 후에도 2~3년간 유지하는 절차에 업계가 보유한 핵심기술을 노출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이들은 “신청 및 유지관리 절차가 간소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30년 약 146조원 규모로의 성장이 예상되는 ‘슬립테크 시장’에 진입한 중소기업들도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슬립테크 기기가 일괄적으로 ‘온수매트 제품’으로 분류돼 원격제어 기능을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의 슬립테크 제조업체는 “수면을 측정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수면을 개선하는 최적의 온도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슬립테크 제품의 원격 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인증 받은 제품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의 슬립테크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온수매트로 묶어서 원격제어를 허가하지 않는 점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표준 트렌드가 된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중소기업은 슬립테크 제품에 한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 원격제어를 허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반려동물 인구는 늘지만 여전히 미비한 ‘반려동물 이동식 화장서비스’에 대한 규제 해소 필요성도 언급됐다. 경기도 소재의 반려동물장례서비스업 운영 중소기업은 경기도 지자체의 허가가 없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펫콤’이 경기 안산에서 정부 승인을 받아 사업을 운영 중이지만, 타 지역에서의 승인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반려동물 사체 처리를 위한 고정식 화장시설은 전국 61개 뿐이라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은 고정식 화장시설을 이용하는 반려인은 약 14%에 불과하다며, 이동식 화장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해당 책자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킬러규제’를 7개 분야 100개 과제로 담았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5월30일부터 6월23일까지 중소기업 대상으로 규제 애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11개 분야 251개 과제 중 검토를 통해 100건을 선정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