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0만 화소로 찍어낸 선명함보다 300만 화소로 담아낸 감성에 열광
뉴진스의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의 이지쉐어 C875. 인스타그램
“요즘 빈티지 디카가 대세래.” 뭐라고? 디카가 뜬다고? 그런데 디카가… 빈티지라고? 그때 그 시절 최첨단 기능으로 핫했던 디카가 Z세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빈티지 아이템으로 힙하게 부활했다.
모두가 기억하는 시작점은 올해 초, 요즘 대세 아이돌 뉴진스가 발표한 ‘Ditto’다.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14주 연속 1위를 달성한 이 곡은 특히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된 티저 영상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1990년대 패션 잡지 속 스트리트 컷이래도 믿을 법한 교복 스타일과 1990년대 영화처럼 아련하게 처리된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를 종횡무진 누비며 MZ세대 모두에게 ‘좋아요’와 ‘리그램’을 얻어냈다. 호응은 같았지만 이유는 달랐다. 1990년대를 살았던 M세대는 진한 노스탤지어를 느낀 반면, 선명한 화질과 역동적인 앵글에 길들여진 Z세대에게는 레트로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 것. 낡은 비디오테이프와 추억 속으로 사라진 브라운관 TV로 시작되는 뮤직비디오는 등장인물인 뉴진스 멤버들의 동선에 따라 촬영하는 연출로 전개됐는데, 눈 밝은 Z세대가 메인 소품으로 쓰인 디지털 캠코더를 힙한 레트로 아이템으로 인식하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사실 빈티지 카메라 트렌드 이전에는 필름 카메라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톱 모델 겸 인플루언서 지지 하디드는 아예 필름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gisposable)을 따로 운영했을 정도. 블랙핑크 제니 역시 별도의 계정(@lesyeuxdenini)에 감도 높은 사진을 업로드하며 대세에 힘을 실었다. 같은 시기,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필터가 높은 다운로드 숫자를 기록하면서 Z세대의 니즈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실제로 빈티지 디카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빈미사’에서 Z세대가 디카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어린 시절 경험했던 감성이 그리워서” “고도로 디지털화된 분위기가 지겨워서”라는 아날로그 지향적 의견이 가장 먼저 도출되기도 했다. “필름 사진을 취미로 하다가 필름 가격이 상승해서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이 생겼다”는 답변에서도 레트로를 지향하나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하는 트렌드를 짚어낼 수 있었다.
스타의 SNS에서 찾아낸 같은 사진, 다른 감성
르세라핌 사쿠라는 라이카의 C-LUX 기종을 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제니의 필름 카메라는 1990년대 초반에 생산된 콘탁스 T2. 인스타그램
현재 인기 있는 디카 모델 대부분은 오래전 단종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고 거래가 필연적이라는 것.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디카를 검색하면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가격은 대체로 10만 원대다. 다만 뉴진스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모델이나 아이돌 인스타그램 속 제품은 구매 수요가 많아 20만~30만 원대까지 뛰어오르기도 한다. 뉴진스 ‘Ditto’에 등장한 제품은 파나소닉의 PV-DV910 미니 DV 캠코더로 알려졌는데, 구하기 힘들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 외에도 캐논과 니콘, 루믹스의 디카가 꾸준히 인기 있는 모델로 꼽힌다. ‘빈미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기술적 진화도 잘 이루어낸 제품들이고, 디자인이 출중해서 소품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산요의 ‘작티’와 JVC ‘VHS’는 영상과 사진 촬영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성비 아이템으로 알려졌지만, 디지털로 변환했을 때 화질이 크게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나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