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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에 윗배, 등까지 아프다? 쓸개, 췌장 질환![건강 기상청:증상으로 본 질병]

입력 | 2023-08-30 03:00:00

[인터뷰]유영동 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담석증·담낭용종, 콜레스테롤 과다 주원인… 정상인 3~7%”
“췌장암, 남성이 여성의 2배 … 금연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




유영동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어느 날부터 오른쪽 윗배나 명치가 심하게 아프다면? 복통의 원인이 워낙 많아 자세한 검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소화불량 또는 황달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쓸개(담낭)나 담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윗배 전체에 심각한 통증이 있고 등에까지 통증이 심하다면 췌장이 고장 났을 공산이 크다. 특히 췌장암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담낭과 췌장은 똑같이 소화액을 분비하는데, 특히 췌장은 혈당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진대사의 핵심 장기다. 최근 담낭(담도), 췌장 관련 질환이 크게 늘면서 각 대학병원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간담췌외과가 생겨나고 있다. 과연 담낭과 담도, 췌장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 치료법은 무엇일까. 간 이식과 로봇 및 복강경을 이용한 췌담도 수술로 유명한 유영동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를 만나 그에 대한 답을 구했다.





담낭결석 진료 4년 새 50% 증가
담낭과 담도의 위치와 인체 기능은?

“담낭과 담도는 복강 오른쪽 위 간 안쪽에 위치하며 용적은 40~70ml 정도 된다. 담도는 간에서 내려오다 왼쪽으로 담낭에, 아래쪽으로는 췌장(머리)을 관통해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다. 간에서 만들어진 소화액인 담즙은 담도를 거쳐 담낭에 저장되었다가 필요시 담낭이 수축하면서 장으로 배출돼 소화를 돕는다.”

담낭, 담도와 관련된 대표적 질환은 무엇인가?

“대표적 질환으로는 담낭결석(담석)증과 담낭용종이 있다. 결석과 용종이 담도에 생기면 담도결석증과 담도용종이 된다. 담석은 담즙이 응고돼 만들어진 돌이다. 담즙의 구성 성분인 콜레스테롤 과다로 생긴 콜레스테롤담석이 대부분인데, 그 외에 탄수화물 과다 섭취, 기생충 감염 등으로 담즙 성분 중 빌리루빈이 응고된 색소성담석 등도 있다.”

담석증의 주요 증상은?

“발생 위치에 따라 통증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증상이 전혀 없다가 담석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주된 증상은 심한 복통이다. 특히 오른쪽 윗배 부근이나 명치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심하면 등까지 번지듯 아픈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이 있거나 합병증이 생긴 경우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담낭용종이나 담도용종은 무엇인가?

“담낭이나 담도에 자라난 모든 형태의 혹을 가리키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통 1cm 이하의 작은 용종이 여러 개 생기는 경우(다발성)가 많은데 대부분 양성이다. 드물지만 1cm가 넘는 큰 용종은 악성종양일 위험성이 있어 바로 제거를 권고한다.”

담낭용종은 왜 생기는가?

“담낭용종은 비종양성과 종양성으로 구분된다. 비종양성 용종은 비만이나 기름진 음식 등 콜레스테롤 과다 축적이 원인이다. 종양성 용종은 유전적 요인이나 담낭염을 오래 앓는 등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국내의 경우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초음파 검사를 받은 3~7%의 정상인에게서 담낭결석과 담낭용종이 발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담낭결석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 11만2761명에서 2021년 16만8692명으로 4년 새 약 50%나 증가했다. 담낭결석증 환자의 성별 비율은 여성이 약 55%로 남성보다 좀 더 많았다.

담낭결석증과 담낭용종의 치료와 예방법은?

“담낭결석증은 증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내시경 시술 등을 이용해 제거해야 한다. 방치하면 담도염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담낭용종은 크기가 1cm를 넘는 경우 악성종양 가능성이 있으므로 제거해야 하고 그 미만일 경우에는 경과만을 관찰한다. 결석증과 용종의 예방은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지 않도록 비만을 치료하고 과음과 흡연을 피하는 등 건강한 식습관 및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담낭(담도)이 없어도 몸에 지장은 없나?

“담낭(담도)을 제거해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일시적으로 소화가 안 되거나 설사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회복된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담낭이 없어도 간이 그 역할을 도와준다.”





췌장암, 수년 내 美 암 사망원인 1위?

췌장의 위치와 기능은?

“췌장은 위장과 횡행결장의 뒤쪽에 위치하며 바로 아래에는 소장이 있다. 길이 15cm, 무게 100g 정도의 가늘고 긴 모양 장기이며 머리, 몸통, 꼬리로 나뉜다. 소화효소를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하고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췌장과 관련된 대표적 질환은?

“췌장염과 췌장암이다. 우선 췌장염은 담도결석이 췌장액의 배출을 막아 생기는 경우와 과도한 알코올 섭취(만성 음주, 폭음)가 발생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이나 항암제 등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급성췌장염 환자 대부분 중증의 상부 복통을 호소한다. 대략 50%의 환자가 등의 통증을 동시에 호소한다.”

췌장염의 치료법은?

“담도결석, 과음 등 췌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요소를 제거하는 게 먼저다. 만성췌장염의 경우 통증이 지속되면 수술하기도 한다.”

췌장암의 발병 원인과 증상은?

“흡연, 만성췌장염, 가족력, 만성 당뇨병, 비만이 췌장암 발병의 주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서 2~3배 이상,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거의 2배로 흔하게 발생한다. 단, 알코올 및 카페인 섭취는 위험 요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췌장의 몸통 또는 꼬리 부분에 암이 발생한 경우 크게 성장할 때까지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발현돼 진단이 이뤄질 때는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있는 사례가 90%에 달한다. 말기로 가면 대부분 중증의 상부 복통을 경험하며 체중이 감소한다. 췌장 머리에 암이 발생한 경우 종양이 소장으로의 담즙 배출을 방해해 황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췌장암이 암 사망원인 1위가 될 거라고 한다.

“췌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당초 2030년쯤 미국의 암 연관 사망원인 2위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연구 결과, 현재 속도로 고령화와 발생률 상승이 지속된다면 2020년대 중반 대장암을 제치고 사망원인 1위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췌장암의 치료법은?

“췌장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하지만 근치수술(완치를 위한 수술)은 췌장암 환자의 20~25% 정도에서만 가능하다. 췌장 머리 부분에 종양이 생겨 암 발생 초기에 황달 등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게만 수술이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로 암을 제거해도 2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60~80%로 매우 높기 때문에 보조적으로 항암 치료나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가 필요하다. 외과적인 절제가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6개월로, 이런 환자 치료의 주된 목적은 증상을 완화하고 생존 기간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담낭절제술과 췌장절제술에 로봇수술이 대세라는데.

“최근 기술이 많이 발달해 로봇수술이 활발하다. 가장 최신 로봇인 ‘다빈치 SP’를 이용한 담낭절제술의 경우 기존 모델보다 효율적이며, 상처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췌장절제술도 다빈치 SP 로봇을 이용하면 기존보다 수술 상처 및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췌장암의 예방법이 있다면?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연 △과일, 채소, 식이섬유 등 섭취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비만 탈피 △고칼로리, 고지방, 고탄수화물 금지△과도한 음주, 당분 절제 △주기적 검진 등이 그것이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2배 정도 발생 위험률이 높다. 또 금연 이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도 췌장암 발생 위험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가능한 빠른 시기에 금연하는 게 췌장암 발생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