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현상과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참여 중단, 인도의 백미 수출 금지.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치솟을 대로 오른 세계 식량 가격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신흥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엘니뇨의 영향으로 남아시아와 중미 일부 지역에 수개월간 극심한 더위가 찾아오고, 남미 안데스산맥에는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무역풍 약화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무역풍이 약해지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따뜻한 해수가 지속되고, 차가운 해수의 용승이 약해진다.
세계기상기구(WMO) 올해 엘니뇨 현상이 극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WMO는 7~8월 엘니뇨 발생 확률을 70%, 9월까지 슈퍼 엘니뇨가 시작할 확률을 80%라고 전망했다.
엘니뇨가 발생할 경우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은 강우량이 높아지는 반면, 미국 북부와 캐나다, 아시아, 호주, 중남부 아프리카에는 가뭄이 온다.
엘니뇨의 영향을 크게 받는 5개국(중국·미국·인도·브라질·아르헨티나)이 세계 식량 생산의 60%를 책임지는 만큼 세계 식량 가격에 미칠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4~2016년 발생한 엘니뇨로 캐나다와 아시아 지역에 발생한 가뭄으로 6000만 명 이상이 식량 수급에 타격을 받았다.
조이스 창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지난 10일 메모에서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의 붕괴, 새로운 쌀 수출 제한, 엘니뇨 등 세 가지 충격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달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인디카 백미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조치로 세계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 외에 아시아 지역이 엘니뇨의 영향권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아시아는 전 세계 쌀 생산량의 90%를 책임지는데, 엘니뇨로 건조한 기후에 속하게 된다. 강수량이 부족이 예상돼 필리핀과 태국 등 주요 쌀 생산지도 위험에 처한 상태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인도와 태국의 설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커피 생산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ESG 리서치 책임자인 유진 클레르크는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는 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2014~16년 엘니뇨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농업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국가”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미주 지역 지속 가능성 연구 책임자는 FT에 “엘니뇨는 11월에서 2월에 정점을 찍는 경향이 있지만 식량 인플레이션, 재정 예산, 통화 정책, 국내총생산(GDP), 특히 신흥 시장에서의 무역에 대한 영향은 더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다이애나 이오바넬 이코노미스트도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은 더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더 오랫동안 더 높은 정책 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