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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무위원 향해 “싸우라고 그 자리 있는 것”… ‘홍보 전사’ 역할 주문도

입력 | 2023-08-29 21:03:00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8.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전(前)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를 직격했다.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향해선 “여러분들은 정무적 정치인이기 때문에 말로 싸우라고 그 자리에 계신 것”이라며 “여야 스펙트럼의 간극이 너무 넓으면 점잖게 얘기한다고 되지 않는다. ‘전사’가 돼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 장관들에게 “싸우라, 회피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8.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한 이날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2023년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가 짜준 대로 했기 때문에 2024년도 예산안이 제대로 된 최초의 ‘윤석열 정부 본격 예산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이 줄고 빠진 곳은 장관들이 제대로 파악해 항의하고 공격하는 곳에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 편성도 (이념과) 무관하지 않다”며 “과거 정부의 예산, 지난해 예산과도 비교해 정책 우선순위의 변화, 정부 기조의 변화 과정을 면밀히 살펴달라”고 주문했다. ‘공산 전체주의 맹종세력’을 향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윤 대통령이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예산안에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지향이 반영됐음을 시사한 것.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적극적 자세를 강조하면서 “공격받기 싫다고 회피해서는 안된다. 공격을 받아야 힘도 생긴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장관들은 ‘홍보의 전사’가 돼야 한다. 자기 부처 예산뿐만 아니라 타 부처 예산도 숙지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회계를 보면 기업이 보이고 예산을 보면 정부가 보인다”며 “초등학교를 나온 기업체 사장도 회계를 볼 줄 알면 기업이 성장하고, 재무제표를 볼 줄 모르면 기업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년 전 출간된 회계 서적을 국무위원들에게 거론하기도 했다.


●“선거매표 예산 배격” vs “尹정부, 나라 거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에 비해 2.8% 늘려 657조 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했다”며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정과제 법안을 거론하며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법안 200여건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께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야 말로 나라를 거덜낼 폭탄”이라며 “국가 미래까지 팔아먹는 파렴치한”이라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국가 재정건정성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의원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정부를 “민생경제가 망가져도 재정건정성만 외치는 탈레반”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팬데믹에서 확장적 재정 운용은 전 세계적 추세였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기구에서 우리나라의 재정지출규모 대비 위기대응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