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차’ 대박 낸 UCK, 국내 빙수 1위 ‘설빙’ 인수한다

입력 | 2023-08-30 03:00:00

1050억에 지분 70% 인수 계약
매장 규격화-신제품 개발에 집중
국내서 내실 다져 해외진출 계획
‘공차 대박’ 시즌2 성공할지 관심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UCK파트너스가 국내 1위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을 인수한다. 밀크티 브랜드 공차를 인수한 뒤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운 성공 노하우를 설빙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UCK파트너스는 25일 설빙 창업자 정용만 회장 일가로부터 설빙 지분 70%를 1050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설빙은 2013년 설립된 빙수 프랜차이즈로 전국에 약 600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1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매출액은 2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억 원에서 99억 원으로 41.76% 늘었다. 국내 사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과 달리 해외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해외 현지 업체들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UCK파트너스는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공차 인수 사례를 설빙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우선 신메뉴 개발 등을 통해 점포당 매출을 높인 뒤 중장기적으로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다.

UCK파트너스 김수민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출신으로, 인수 검토 단계부터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공차 한국법인(공차코리아) 인수 때도 실적 회복, 일본 시장 진출, 대만 본사 인수,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단계별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인수 당시 한국법인은 대만 밀크티 브랜드의 한국 사업 판권을 가진 중소기업이었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로서 기본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J푸드빌 대표를 지낸 김의열 씨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어 대기업 출신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데려와 체질 변경을 시도했다. 무리하게 단기 실적을 올리기보다 매장 및 서비스 규격화, 신제품 개발,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졌다.

국내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2015년 일본에 1호 점포를 열면서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 대만 공차 본사 지분 70%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어 한국·일본·대만 3개 법인을 통합해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17개국에 매장을 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웠다. 인수 직전인 2013년 126개였던 매장 수는 2019년 1201개(글로벌 기준)로 6년 만에 약 10배로 늘었다. 이 기간 매출은 269억 원에서 2082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9년 미국계 사모펀드 티에이어소시에이츠(TA Associates)에 공차 지분 70%를 2800억 원에 넘겨 초기 투자금(약 500억 원) 대비 5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공차의 성공적인 매각 이후 UCK파트너스의 위상은 높아졌다. 공차 인수 당시 3000억 원 정도였던 펀드 규모는 최근 1조 원까지 늘었다. UCK파트너스는 올 3월 구강 스캐너업체 메디트를 2조4000억 원에 팔아 투자금(6000억 원) 대비 4배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달 국내 임플란트업체 오스템인플란트를 인수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