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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년 92조 적자예산… ‘선심’ ‘낭비’ 더 과감히 줄이라

입력 | 2023-08-30 00:00:00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4년도 예산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8.29/뉴스1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연구개발(R&D), 보조금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23조 원을 아낀 ‘긴축예산’이란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61조8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구멍을 메우는 적자예산이 불가피하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총지출 개념을 예산 편성에 도입한 2005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다. 올해 증가율 5.1%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 권한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을 20% 줄였다고 한다.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도 내년 정부 살림은 국내총생산(GDP)의 3.9%인 92조 원 적자가 난다. 내년에 걷힐 세금이 367조4000억 원으로 올해 목표 세수보다 8%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매년 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정부 재정준칙안을 뛰어넘는 적자다.

문제는 “재정 만능주의와 선거 매표(買票) 예산을 배격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7개월여 남은 총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예산이 많다는 점이다. 철도·도로·신공항 등 전국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보다 4.6% 늘어난다. 작년에 비해 올해 10.7% 줄었던 SOC 예산이 선거가 있는 해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내년 병장 월급은 올해 100만 원에서 125만 원으로, 따로 적립해 주는 내일준비지원금은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오른다. 대선 과정에서 재정 여건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나온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실현을 위해서다. 이는 초급장교, 부사관들의 사기 저하 등의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랑곳 않고 병사 월급 예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 그런 영향으로 내년 국방예산은 4.5% 늘면서 7년 만에 전체 예산 증가율을 앞지르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에선 ‘돈줄을 너무 조여 선거 치르기 어렵다’는 불평이 나온다. 야당은 연내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삭감 방침에 지방자치단체들도 불만이다. 정부의 ‘상저하고’ 예상까지 빗나가면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치성 낭비 예산’을 먼저 덜어내지 못하면 중구난방으로 제기되는 이들의 요구를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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