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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km 폐철도의 변신… 공간을 바꾸자 사람이 모였다

입력 | 2023-08-30 03:00:00

경북 포항에 조성한 철길숲 공원
소나무-단풍나무 20만 그루 식재
시민 쉼터-관광 명소로 자리매김



경북 포항의 철길숲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에 조성된 철길숲은 시민 친화형 공간복지를 실현한 공원이다.

철길숲은 2015년 4월 북구 용흥동에 있던 포항역이 고속철도(KTX) 역사인 흥해읍으로 옮기면서 탄생하게 됐다.

포항시는 남구 효자동 효자역과 북구 용흥동 옛 포항역까지 약 4.3km에 이르는 폐철도 구간에 2018년 12월까지 258억 원을 들여 숲을 조성했다. 소나무와 단풍나무 등 20만 그루를 심고 정원과 음악분수, 산책로, 자전거길 등을 조성했다.

시민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은 ‘불의 정원’이다. 이 정원은 철길숲 공사 과정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7년 3월 공사를 하던 업체가 굴착기로 지하 200m까지 판 구멍을 통해 천연가스가 분출되며 불이 붙었다. 불길이 계속 타오르자 포항시는 발상을 전환해 주변에 강화유리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꺼지지 않는 불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불 주변에는 생태정원을 꾸몄다.

2020년 대한민국 공간복지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철길숲의 가치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유엔 등 5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 도시 경관’ 시상식에서 본상을 받았고 영국의 ‘녹색 깃발상’도 수상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길숲은 포항이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로 성장할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조성된 철길숲에서는 주민 친화형 행사가 자주 열린다. 포항시가 25, 26일 철길숲에서 개최한 ‘철길숲 야행’에는 시민 약 5만 명이 다녀갔다. 이 행사에선 철길숲 중 남구 효자교회에서 북구 두럭마당(방장산 터널)까지 약 2km 구간을 무대로 꾸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옛 ‘기찻길’의 정체성을 살린 역무원 의상을 체험하는 ‘레트로 레인’, 기차 조형물 앞에서 즉석 사진을 찍는 ‘인생 네컷’ 등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불의 정원에서 나눠주는 ‘사랑의 포불계란’ 행사에도 관심이 높았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와 선린대 등이 마련한 반려동물 행사인 ‘펫라운드’와 포항문화관광협회, 영일만관광특구협의회가 진행한 전시 및 체험 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한 포항시민은 “평소 출퇴근하는 길이 야간 조명과 다양한 체험 행사로 채워지면서 새롭게 변신해 놀랐다”고 했다.

김남일 포항시 부시장은 “철길숲 야행을 통해 포항의 특색을 살린 야간 축제의 가능성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철길숲을 다양한 지역 콘텐츠가 활용되는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