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히어로물 ‘무빙’ 디즈니플러스 드라마서도 돌풍… 원작자 & 각본작가 강풀 인터뷰 드라마 각본 첫 참여… 3년간 작업 재미에 중점 두고 인물 서사 이끌어… 전달 잘 안될땐 그림으로 그리기도 ‘원작보다 낫다’엔 웃어야 할지…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 중인 20부작 드라마 ‘무빙’. 한반도의 초능력자들과 그 능력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자신들을 해치려는 세력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부작 드라마 ‘무빙’은 웹툰 작가 강풀(49)이 2015년 다음 웹툰에 연재한 동명 인기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웹툰은 ‘한반도에 초능력자가 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한 한국형 히어로물로, 누적 조회 수 2억 뷰를 기록했다. 남한 부모들은 자신의 초능력을 물려받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숨어 살고, 북한 초능력자들이 남한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훔치려고 대결을 벌인다. 드라마는 이달 9일 1∼7회가 공개됐고, 이후 매주 수요일 2회 차가 공개돼 30일 기준 13회까지 소개됐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의 원작인 동명 웹툰을 제작하고 드라마 각본을 직접 쓴 강풀 작가. 그는 “착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기는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무빙’은 강 작가가 10년간 키운 작품이다. 구상 작업에 2년이 걸렸고, 완결 후에는 ‘무빙’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후속작 ‘브릿지’를 그렸다. 드라마 각본 작업은 3년 동안 했다.
그가 직접 드라마 각본을 쓴 이유는 뭘까. 그는 “이전에 제 작품으로 영화 시나리오가 나와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무빙’은 애정이 남달랐다. 만화에선 어쩔 수 없이 덜어내면서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바뀌어 아쉬웠던 부분을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더 재밌게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각본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쇼트폼 같이 짧은, 줄거리만을 보는 시대가 됐는데 제겐 개개인 인물의 서사가 너무 중요하다”며 “인물 서사를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재미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는 “각본에 문어체를 일부 썼는데 리딩 때 배우들이 대사를 읽자 어색했다”며 “대사를 고쳐나갔고, 생각하는 바가 전달이 잘 안될 땐 등장인물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다”고 말했다.
무빙은 매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각 캐릭터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차곡차곡 감정을 잘 쌓아 올렸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는 것. 강 작가는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는 처음 들어봤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강 작가는 ‘무빙’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에 초능력을 가진 어린 아들에게 미현(한효주)이 ‘초능력보다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공감 아닐까요.”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