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경기둔화-자산 시장 침체 여파
내년 국세수입 33조 넘게 줄어… 2027년 국가채무 1400조 돌파할 듯
R&D 분야-정부 보조금 삭감 속 SOC 예산 큰 폭 늘어 ‘총선용’ 지적
정부가 역대급 세수 감소에 대응해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섰지만 나랏빚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내년 국세수입이 올해 예산 대비 33조 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로 묶는 초긴축예산을 편성했고 향후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세수 부진과 고령화로 인한 복지 예산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당분간 국가채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허리띠 졸라맸지만…세수 급감에 ‘재정 빨간불’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황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내년에 92조 원으로 올해보다 33조8000억 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올해 2.6%에서 내년 3.9%로 1.3%포인트 높아진다. 예산 증가 폭을 크게 줄이고도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GDP 대비 3.0%)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수지 적자가 나지 않게 균형재정을 유지하려면 총지출을 14% 줄여야 하는데 그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지”라며 “지출을 동결하는 문제까지 검토했지만 써야 할 곳에는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심 끝에 역대 최저 수준의 증가율(2.8%)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 R&D, 보조금 예산 깎았지만 SOC 예산은 늘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이권 카르텔’ 및 나눠 먹기 논란을 빚었던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을 내년에 올해보다 16.6%나 삭감했다. 또 유사 중복되거나 집행 부진, 부정 수급 등이 문제가 된 정부 보조금도 4조 원가량 깎기로 했다.
다만 이런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도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총선용 예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예산에서 지난해보다 10.7% 삭감됐던 SOC 예산은 내년에 다시 4.6% 늘어나 26조1000억 원이 배정됐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SOC는 전국에 필요한 필수 소요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를 선거와 연계시키는 건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