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이 기관을 사칭해 보낸 우편물.
#. A씨는 최근 경기도 소속 공공기관이 보낸 우편물을 받았다. 개인사업자에게 중소기업육성자금 4888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협약기관으로 농협 등 시중은행 이름과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 이름까지 적혀있었다. A씨는 관련 문의를 하라는 번호로 전화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였다.
#. B씨는 “당신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검사 사칭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범은 “아무 것도 없는 휴대전화 공기계로 연락하라”고 압박했고 B씨는 실제로 휴대전화 공기계를 사서 연락을 주고받다 1억여 원을 뺏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30일 신종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등장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범죄 조직이 경기도 소속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가짜 우편물을 발송하려 시도하거나 아파트 세대별 우편함에 놓고 가는 사례가 있었다.
가짜 우편물 발송은 경찰의 문자·전화 발신 단속과 과기부·방통위·한국인터넷진흥원·통신사의 악성문자 차단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우편물은 개봉 전까지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미리 차단하기 어려운데다 금융·정부 기관이 공식 절차를 밟고 있다는 신뢰를 주기 때문에 범행이 더 쉬워진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휴대전화 공기계를 사용하라고 협박·강요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범죄조직이 공기계를 강요하는 것은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백신 애플리케이션(앱)과 금융기관·통신사가 운영 하는 악성 앱 차단 기능을 무력화한 후 앱을 깔도록 유도해 피해자를 마음대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강원 춘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C씨는 “조사를 받아야 하니 서울 송파구 모텔에 투숙하라”는 말을 듣고 서울로 왔다가 모텔에 감금된 상태로 3일간 1억여원을 뺏겼다.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 D씨는 “당신은 도주 우려가 있어 보이니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24시간 영상통화를 켜둬라”라는 지시를 받은 뒤 신체검사 명목으로 나체를 촬영당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법이 변해도 시나리오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기존 대응체계의 허점을 찾고 고도화된 대응·차단 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전기통신금융사기 초기의 전통 수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