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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잘못 돌아볼 때도, 영화 찍는 감독 나이도 50, 쉰살… ‘知非’였네

입력 | 2023-08-31 03:00:00

[한시를 영화로 읊다] <65> 50이라는 숫자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경찰 요리사 네스카피에 경위는 병상에서 자신의 지난 삶이 진실되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전통 사회에서 50은 중요한 숫자였다. ‘주역’에서 천지 만물을 상징하는 숫자가 50으로, 점을 칠 때는 하나를 빼고 49를 썼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2021년)에서도 50이라는 숫자가 두드러진다. 아서 하위처 주니어가 창간한 ‘프렌치 디스패치’란 잡지가 50개국 50만 독자를 보유하며 50주년을 맞는다. 잡지의 ‘예술과 예술가’ 섹션에 소개된 재소자 화가 모세 로젠탈러의 형량이 50년이며, 영화를 찍을 때 감독의 나이도 50세였다. 이백의 다음 시도 50이라는 숫자와 관련돼 회자되곤 했다.

노자(老子)를 모신 자극궁에서 가을날 감회를 읊은 작품이다. 세상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담았다. 49년을 언급한 건 춘추시대 위(衛)나라 거백옥의 고사를 가져온 것이다. 그는 나이 오십에 지난 사십구 년 동안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한다(‘淮南子’ 原道訓). 후일 이 시를 계승하며 50이란 숫자를 부각시킨 이는 송나라 소식으로(‘和李太白’), 그 영향이 조선에까지 미쳐 많은 시인들이 쉰이 될 무렵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는 시를 짓곤 하였다.

영화는 한 권의 잡지처럼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각각의 내용이 전개된다. 그중 네 번째 ‘맛과 냄새’ 섹션에 나오는 경찰 요리사 네스카피에 경위는 서장 아들을 납치한 일당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맹독성 소금을 넣은 음식을 먹는다. 네스카피에는 사경을 헤매다 깨어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한다. 맹독을 넣은 음식에서 흙과 같은 죽음의 풍미를 느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고백한다.

시인은 마지막에 어지러운 세속을 떠나 도연명처럼 귀거래하길 꿈꿨다. 도연명도 “참으로 길을 헤맸으나 아직 멀리 가진 않았으니, 지금은 맞고 예전은 틀렸음을 깨닫네(實迷塗其未遠, 覺今是而昨非)”(‘歸去來辭’)라고 쓴 바 있다. 그래서 50은 지난 잘못을 깨닫고 변화해야 함을 상징하는 숫자가 된다. 쉰 살을 ‘지비(知非·잘못을 깨달음)’라고 일컫는 이유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