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 <65> 50이라는 숫자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경찰 요리사 네스카피에 경위는 병상에서 자신의 지난 삶이 진실되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전통 사회에서 50은 중요한 숫자였다. ‘주역’에서 천지 만물을 상징하는 숫자가 50으로, 점을 칠 때는 하나를 빼고 49를 썼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2021년)에서도 50이라는 숫자가 두드러진다. 아서 하위처 주니어가 창간한 ‘프렌치 디스패치’란 잡지가 50개국 50만 독자를 보유하며 50주년을 맞는다. 잡지의 ‘예술과 예술가’ 섹션에 소개된 재소자 화가 모세 로젠탈러의 형량이 50년이며, 영화를 찍을 때 감독의 나이도 50세였다. 이백의 다음 시도 50이라는 숫자와 관련돼 회자되곤 했다.
영화는 한 권의 잡지처럼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각각의 내용이 전개된다. 그중 네 번째 ‘맛과 냄새’ 섹션에 나오는 경찰 요리사 네스카피에 경위는 서장 아들을 납치한 일당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맹독성 소금을 넣은 음식을 먹는다. 네스카피에는 사경을 헤매다 깨어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한다. 맹독을 넣은 음식에서 흙과 같은 죽음의 풍미를 느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고백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