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포장재가 환경을 위협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기업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예컨대 유니레버는 2025년까지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는 연간 15억 개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지속가능한 포장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런 노력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대 포장이라는 또 다른 트렌드가 파생되고 있어 문제다. 제품을 친환경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플라스틱 포장재 위에 불필요한 종이 포장을 추가하는 브랜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킨케어 브랜드 니베아는 보디로션 플라스틱병을 골판지 상자에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센소다인 치약도 플라스틱 튜브를 종이로 한 번 더 포장해 판매한다.
기업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서 참가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8건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플라스틱 포장이 동일하더라도 종이가 없는 제품보다 종이가 추가된 제품을 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에 대한 친환경적인 인식 때문에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커진다. 비용을 더 많이 낼 의향도 생긴다. 일례로 한 연구에서 플라스틱 포장지에 담긴 그래놀라 바에 종이 포장을 추가하자 참가자들이 평균 15센트를 더 지불할 의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이 포장지를 활용한 과대 포장이 환경친화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스스로 친환경적으로 행동한다고 답한 사람일수록 더 높았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데 가장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환경에 해로운 과대포장 관행을 의도치 않게 조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이런 착각 때문에 미국에서만 매년 600만여 t의 종이 포장재가 매립지에 버려지고 있다.
다행인 건 과대 포장 외에도 지속가능성을 알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유인할 방법이 더 있다는 점이다. 종이 포장을 추가하는 대신 플라스틱 포장에 ‘최소 포장’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과대 포장된 제품이 더 지속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 특히 안전한 운송과 제품 보존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제품의 경우 이 같은 내용을 명시적인 메시지로 전달하면 불필요한 종이 낭비 없이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딜로이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최소한의 포장재나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를 사용한 제품이라면 지속가능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포장재의 재질은 무관했다. 이미 많은 브랜드가 이런 인식을 반영해 다양한 슬로건을 통해 책임 있는 포장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상자는 과거가 있는(재활용된) 상자로 만들어집니다’라는 자라(Zara)의 슬로건이 좋은 예다. 또 대부분의 제품에 ‘2차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키엘(Kiehl’s)의 온라인 설명서나, 12타이드스(12 Tides)가 과자 포장지에 부착한 ‘퇴비화 가능한 포장재’ 라벨 등도 있다.
물론 이런 마케팅 노력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정한 투자와 병행해야 한다. ‘최소 포장’ 라벨은 브랜드가 실제로 최소한의 포장을 사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확인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는 무역단체 또는 규제 기관 감독하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분명한 점은 책임감 있는 기업이라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친환경을 가장한 과대 포장 관행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간단한 ‘최소 포장’ 라벨을 부착하는 편이 훨씬 낫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종이 포장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아라드나 크리슈나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