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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2년 뒤 서울 초중고생 반토막, 학교 위기만의 문제일까

입력 | 2023-08-31 03:03:00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내년 통폐합 예정인 서울 성동구 덕수고. 이 학교 일반 계열은 지난해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했고, 특성화계열은 경기상고와 통폐합될 예정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 통폐합이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시급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학령인구는 2018년 100만 명이 깨진 뒤 현재 78만7000명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35년에는 지금보다 46.5% 감소한 42만1000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10여 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렇게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 통폐합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학교’(초교 240명 이하, 중고교 300명 이하)는 2018년 65곳에서 지난해 119곳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미 2020년 강서구 염강초 공진중이 문을 닫았고 광진구 화양초도 올해 폐교됐다. 내년에는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 성수공고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성동구의 중고교 6개 학교도 통폐합이나 외곽 이전을 협의하고 있다.

곧 닥칠 학교 통폐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물론이다. 폐교 위기 학교를 분교화하는 방안이나 폐교된 학교를 문화시설이나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도록 여러 규제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는 학교 통폐합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한국 교육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방에서 시작된 것처럼 초중고 폐교와 함께 서울 소재 대학이나 수많은 학원 등 교육계가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시도교육청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

사회경제적 변화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학교는 대개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한다. 학교 폐교는 상권의 쇠퇴로 인한 지역의 공동화, 더 나아가 슬럼화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30, 40대 등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 유입시킬 유인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지금도 새로 지은 대단지 아파트 부근의 초등학교는 과밀 현상을 보이고, 구시가지 학교들은 과소 현상에 시달린다. 학교 폐교가 이어지면 서울에서도 학교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이에 따른 사회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의 근본적 대책은 물론 유례없는 저출산을 막는 것이지만 서울마저 학교 통폐합에 시달리는 교육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큰 그림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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