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일상으로, 공간복지]〈2〉 부산 수영구 ‘F1963’ 공장 이전으로 방치돼있던 공간 2016년 부산 비엔날레 개최 후 시민 문화휴식공간으로 재탄생 전시공간-카페-도서관 등 운영…‘금난새뮤직센터’ 열고 콘서트도 하루 2000명 찾는 ‘핫플’로 부상
공중에서 촬영한 F1963의 외관.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F1963 제공
29일 오후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복합문화공간 ‘F1963’.
초등학생 자녀와 이곳을 찾은 김충원 씨(41)는 “서점에서 책을 읽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미술 전시전까지 보고 나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며 “집에서 5분 거리에 이런 공간이 생겨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 폐공장을 시민 문화휴식공간으로 조성
고려제강 폐공장이 2016년 복합문화공간인 F1963으로 재탄생해 연간 약 50만 명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29일 오후 F1963의 전시공간 석천홀에서 기획전 ‘우리들의 여름이야기’가 진행되는 모습.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F1963 제공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논의는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앞두고 본격화됐다. 고려제강은 “폐공장 터와 시설을 활용해 비엔날레를 설치미술 전시회로 열어보자”는 부산시와 문화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고려제강은 이를 위해 2015년 말부터 자체 예산을 들여 공장 곳곳을 손봤다. 비엔날레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에는 시민 문화휴식공간으로 계속 개방했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경영진은 기업이 성장한 만큼 지역사회 문화 발전을 위해 활용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2017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국비와 시비 약 25억4000만 원을 석천홀 개보수 공사비용 등으로 지원했다. 이름은 공장을 의미하는 ‘팩토리(factory)’의 첫 글자와 공장 설립 연도(1963년)을 합쳐 ‘F1963’으로 지었다.
F1963은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가 끝난 후 그해 11월 일반에 개방됐다. 2021년 약 48만 명, 지난해 약 50만 명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방학 기간에는 하루 2000명 이상 찾는다고 한다.
특히 약 2046㎡(약 620평) 규모의 전시공간 석천홀의 인기가 높다. 기자가 찾은 29일에는 부산문화재단이 마련한 전시 ‘우리들의 여름이야기’가 진행 중이었다. 관람객들은 여름을 저마다의 콘셉트로 표현한 작가 8인의 작품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박모 씨는 “석천홀 밖 산책길 바닥은 원래 공장 바닥에 있던 콘크리트를 활용했다고 들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곳의 역사가 몸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에서 최우수상 수상
29일 오후 F1963 내 카페를 찾은 이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 카페는 공장 철골 구조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F1963 제공
2021년 4월 문을 연 음악홀 금난새뮤직센터(GMC)에선 지휘자 금난새 씨와 국내외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실내악 콘서트 등이 매달 2회 이상 열리고 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등 시민을 상대로 음악교육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자동차와 예술을 연계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자동차’와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콘셉트카가 전시되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도 인기다.
F1963은 2019년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지역 문화허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영구는 앞으로 F1963을 활용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부산도시철도 3호선 망미역에서 F1963에 이르는 수영강변 길을 쾌적하게 만드는 ‘수영구 역사문화 이야기길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칙칙했던 고가도로의 벽면 디자인을 개선하고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F1963과 망미동 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