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년 김일혁씨 통일부 포럼 연설 “北주민도 인간다운 삶을 살 자격 한국사회가 계속 관심 가져주길”
“손이 잘려 나갈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이 강만 지나면 좋은 세상이 있으리라 믿고 참았다.”
탈북 청년 김일혁 씨(사진)가 30일 통일부 주최 포럼에서 2011년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두만강을 건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고 직격해 주목받았다.
김 씨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포럼(KGF) 연단에서 탈북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중국에 도착해도 붙잡히면 북송되고, 북송되면 총살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을 때까지 강제 노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안에 걸리지 않기 위해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말을 못하는 척 연기하고 사물함에 숨어 있었다”고도 했다.
김 씨에 따르면 그의 고모는 김 씨가 탈북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린 자녀와 헤어진 채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문과 구타를 당한 뒤 수용소에서 숨졌다. 김 씨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우리와 똑같이 인간다운 삶을 살 자격이 있다”며 “한국사회가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KGF는 ‘북핵, 인권 그리고 통일’을 주제로 열렸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나 ‘평화’가 빠지면서 원상 복구된 것.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기조연설을 대독한 문승현 차관은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 핵 문제만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