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가 온다] 中 침체에 對中 수출 곤두박질 “한중FTA 강화 등 관계 재정립을”
석유화학업체 DL케미칼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30.7%(1490억 원) 급감했다. 국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경제마저 얼어붙으면서 수출 실적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중국에서 자국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 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수출이 다시 회복되기도 쉽지 않다.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7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556억 원 불었다. 5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의 누적 적자는 약 1조 원에 이른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8일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초까지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요 등으로 제품 마진이 개선됐지만 이후 경기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출기업 80%, 中침체에 실적 영향… “韓 내년도 1%대 저성장 우려”
〈下〉 한국 기업 충격 본격화
10곳중 8곳 “中 부진 이어질것”… 현지 공장 매각-사업 철수 잇달아
경제 원로들 “탈중국 능사 아냐… 시장변화 맞춰 품목 다변화해야”
중국 부동산발(發) 불안과 중국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대중(對中) 수출기업 10곳 중 3곳은 이미 매출 등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경제 원로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만큼 외교적으로 중국 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넓히고 수출 다변화를 통해 교역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10곳중 8곳 “中 부진 이어질것”… 현지 공장 매각-사업 철수 잇달아
경제 원로들 “탈중국 능사 아냐… 시장변화 맞춰 품목 다변화해야”
● 수출기업 80% “이미 실적에 영향 또는 향후 우려”
현재까지 중국 시장에서의 경영 실적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기업이 올해 초 세웠던 목표보다 저조(37.7%)하거나 매우 저조(14.7%)하다고 답했다. 앞으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79.0%가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원인으로는 ‘산업생산 부진’(54.5%)과 ‘소비 둔화 추세’(43.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아예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1분기(1∼3월) ‘현대스틸 베이징 프로세스’와 ‘현대스틸 충칭’ 매각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2003년 설립한 베이징 법인은 2017년 적자로 돌아섰고 충칭 공장은 설립 이듬해인 2016년부터 줄곧 적자에 시달렸다. 현대자동차가 제5공장인 충칭 공장을 매각하기로 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HL만도 역시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등을 만들던 충칭 법인을 청산했다.
● “중국이 필요한 제품 공급해야”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8개 글로벌 IB가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다. 글로벌 IB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한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던 수출이 힘을 받지 못해 내년 경제성장률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원로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가 예전만큼 긴밀하진 않더라도 지나친 탈(脫)중국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이념적으로는 중국과 가치를 공유할 수 없더라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을 끈질기게 설득해 실리를 챙기는 경제 동맹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구조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한국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국도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며 대일 무역 구조를 바꿨듯이 중국 역시 필요한 수입품이 달라지고 있다”며 “탈중국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중국 산업이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실리적으로 바람직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나치게 높아진 대중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미국 같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틀 속에서 굴러가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국 편중도를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일부 손해를 볼 수 있겠지만 인도와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리는 방법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