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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위안화 ‘동조현상’ 뚜렷… 약세 지속 땐 환율상승 부담 커져

입력 | 2023-08-31 03:00:00

[차이나 쇼크가 온다]
위안-달러 환율 오르면 원-달러도↑
환율 상승, 주가 하락 부추길 가능성
中 증시 하락에 국내 투자자들 한숨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는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겨 외국인 투자가 이탈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9일 원-달러 환율은 3.7% 상승했다. 중국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미국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21일 환율(달러당 1342.6원)은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달 초와 비교하면 5.3% 치솟은 것이다.

환율 상승은 주가를 떨어뜨리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가뜩이나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라 외국인 투자가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최근 위안화와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계수가 0.96(1.0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음)까지 상승해 동조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위안-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도 0.44%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시 하락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9일 기준으로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는 총 37개로 투자액은 4조3637억 원이다. 이 중 29개(78%) ETF의 주가가 이달 들어 상장 이후 최저가로 떨어졌다. 일부 ETF는 현재 주가가 상장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홍콩H지수와 연동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도 커졌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2,000 선을 돌파했지만 최근 6,000 선으로 내려앉았다.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해 2021년 무렵 출시된 ELS 상품 대부분이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 최근 한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 상품은 원금 대비 40%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앞으로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ELS 규모는 약 4조 원이다. 홍콩H지수의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지 않은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상장사들의 올 2분기(4∼6월) 실적 발표와 맞물려 중국 증시 하락세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부동산, 금융업종 기업들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면 투자 심리가 악화돼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