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29/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한 번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통령이 어떻게 하자고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홍 장군 흉상에 관해 꺼낸 발언은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시간에 나왔다.
조 실장은 국무회의 때 나온 윤 대통령 발언을 거듭 확인하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고, 그다음에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말을 안 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실은 홍 장군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할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유정주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홍 장군 흉상 이전을 비판하자 “(홍 장군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며 “나중에 국군으로 오신 분, 전향을 한 것과 끝까지 그렇게 가신 분은 다르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도 한때 남로당에서 좌익 활동을 펼쳤다며 육사 내 호국비를 문제 삼았다. ‘내 생명 조국을 위해’라는 박 전 대통령 친필휘호로 만들어진 호국비가 육사 안에 있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조 실장도 “박 전 대통령이 공산당이었던 것은 맞는다”면서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우리나라를 빈곤의 수렁 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뤄내는 데 가장 큰 공이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또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국방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고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보실이나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주거나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주무부처 장관인 국방부 장관이 상황과 진실 그리고 여러 여론을 수렴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조 실장은 “사실 2018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세우기 전에 이런 부분들이 다 걸러져서 의견 수렴이 됐었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홍 장군에 관한 평가를 ‘독립운동 공적’과 ‘소련공산당 활동’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며 “홍 장군 전체 삶이 아닌 후반부 삶, 즉 소련공산당 당원으로의 삶과 자유시 참변 이후 삶”이라고 했다.
아울러 조 실장은 “육사생도들이 매일 경례하며 롤모델로 삼아야 할 분을 찾는 기준에서 이 두 가지(홍 장군의 독립운동 공적과 소련공산당 활동)가 잘 맞겠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검토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실장은 또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강등이라거나 예우가 더 낮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독립기념관은 독립영웅을 모시는 곳”이라고 말했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도 ‘홍 장군 흉상을 이전하면 육사 생도 정신전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유정주 의원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