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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강영수 보고도 몰랐다니”…이균용 해명에 법조계 “설득력 떨어져”

입력 | 2023-08-31 12:30:00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3년 동안 비상장주식 신고에 누락이 있었다고 자진해 밝히면서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비상장주식의 평가 방식이 액면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뀐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법조계에선 “모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의 개정 배경에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공짜 주식’ 등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던데다 평가방식 변경으로 법원장의 재산이 크게 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자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 “처가 재산이라 잊고 지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31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3.8.31/뉴스1

이 후보자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3년간 처가 식구가 운영하는 가족회사 2곳의 비상장주식을 신고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후보자는 “폐쇄적 가족회사 주식으로 처음부터 법률상 재산등록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며 “처가의 재산 문제여서 잊고 지냈으며 취득 약 20년 뒤인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고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 가족이 보유한 ㈜옥산, ㈜대성자동차학원의 액면가는 주당 5000원인데 이 후보자와 가족 등 4명은 각각 두 회사 주식을 250주씩, 1인당 500주 가지고 있다.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은 소유자별 1000만원 이상 보유 주식이다. 액면가로 신고가 가능했던 2020년까지는 등록 대상 재산이 아니었다는 이 후보자 해명은 일단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 “진경준·강영수 보고도 몰랐다니”

넥슨 비상장 주식을 이용해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려 논란이 된 진경준 검사장( 2016.7.14/뉴스1

그러나 법조계에는 이 후보자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바뀐 배경은 2016년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공짜 주식’ 사건이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로 진 전 검사장이 2015년 주식을 매각해 37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후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대학 동기인 김정주 전 넥슨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받고 이듬해 넥슨재팬 주식 8537주로 교환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지면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조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진 검사장이 상장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넥슨 주식을 받은데다 비상장주식으로 액면가 신고만 가능했기 때문에 초기에 비리를 잡아낼 수 없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2020년 비상장주식도 액면가가 아닌 실거래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평가방법으로 금액을 산정해 등록 하도록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시행령의 개정으로 강영수 인천지법원장의 신고재산이 2020년 68억8700여만원에서 2021년 498억으로 증가해 사법부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후보자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설령 개정 시행령이 첫 적용된 2021년에는 몰랐더라도 강 원장의 재산이 화제가 된 이후인 2022년과 2023년에는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랐던 강 원장의 퇴임에 이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둘이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이 후보자가 평가방식 변경을 몰랐다고 하면 누구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주식이 처가 재산과 관련돼 재산 등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과거 고위 법관들의 비상장주식은 대부분 배우자 소유였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배우자뿐 아니라 후보자 자신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 후보자가 2020~2022년 3년간 이 회사 중 1곳에서 매년 1057만5000원, 총 3172만5000원을 배당받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가 관련 비상장주식이라도 자신이 소유했으니 모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부장판사는 “재산을 등록하기 전 법원이 항상 자세한 안내문을 배포한다”면서 “회사가 상장 가능성이 낮아 재산 증식 목적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후보자가 재산 등록을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