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중앙아프리카 산유국 가봉의 정정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쿠데타를 일으켜 알리 봉고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는 같은 날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장군을 임시 지도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응게마 장군은 봉고 전 대통령의 친척이면서도 이번 쿠데타를 주도했고 부패 의혹 또한 상당해 국민 지지를 얻진 못하고 있다. 7월 이웃 니제르에 이어 가봉에서도 잇따라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이 지역에 대한 서유럽 주요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줄고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강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봉 군부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응게마 장군이 만장일치로 정권 이양 및 제도 복원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부터 봉고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내며 권세를 누렸다. 지난달 26일 대선에서 봉고 전 대통령의 3연임이 확정되자 돌연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2020년 이후 현재까지 아프리카 중서부에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부르키나파소, 기니, 차드, 수단, 니제르, 가봉 등 8개국에서 쿠데타가 발발했다. 대부분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독립 후 미국과 가까웠으나 최근 러시아, 중국 등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등을 통해 수단, 말리 등의 독재 정권을 비호하고 치안을 유지해주는 대신 광물 채굴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따냈다.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역시 아프리카 전역에 돈을 뿌리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있다.
서방과 결탁한 지도자들이 독재와 부패로 일관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 또한 민심 이반을 불렀다. 봉고 전 대통령은 2009년부터 14년간 가봉을 통치했다. 그의 부친 오마르 전 대통령 또한 1967년부터 42년간 집권한 후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줬다. 부자(父子)가 무려 56년간 한 나라를 통치한 것이다.
이에 가봉은 물론 니제르에서도 주민들이 쿠데타를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가봉은 원유, 다이아몬드 등 풍부한 원자재를 보유했지만 234만 명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서방은 이 지역의 정정 불안, 중국 및 러시아의 세력 확대를 모두 우려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단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군의 정권 탈취, 위헌적인 권력 전환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또한 “경제 제재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