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의 원형 디스플레이. BMW 제공
김도형 기자
꽤 복잡하지만 나름대로의 질서를 갖춰서 배치되던 이런 요소들은 최근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가 블랙홀처럼 이들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장치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내비게이션 역할로 우선 끼어들었다. 이 내비게이션이 해상도와 크기를 조금씩 키우더니 마침내 아래쪽으로 영역을 넓혔다. 세로로 길어진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공조 장치 등을 조작하는 역할을 흡수한 것이다.
확 트인 디스플레이는 기능적 자유도가 계기판보다 훨씬 높다. 평소에는 속도계 역할을 하다가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외부 카메라로 옆 차로를 비춰주고 후진 기어를 넣으면 후방 카메라로 차 뒤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디어 장치로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최근의 차량용 디스플레이에는 음악과 영상은 물론이고 게임과 쇼핑, 결제 기능까지 담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안착하고 있다. 고급차에서는 뒷좌석 승객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따로 배치하는 일도 일반화됐다. BMW는 신형 7시리즈에서 가로로 긴 31.3인치 크기의 뒷좌석용 ‘시어터 스크린’을 선보였다.
TV와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를 겪으며 고심하던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차 산업이 중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삼성디스플레이는 BMW와 협력하는 식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동글동글한 인테리어로 유명한 ‘미니’는 이런 협력을 통해 차 중앙의 원형 디스플레이가 계기판을 완전히 대체하는 실내를 설계하기도 했다.
시장 조사 업체들은 이런 협력이 커지면서 올해 12조 원 규모인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2027년 16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출고량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평균 크기가 2019년 7.5인치에서 2027년 9.5인치로 커지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처럼 비싼 제품의 비중도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