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2 에이팜쇼(A Farm Show) 경기도 부스에서 귀농 귀촌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2.8. 25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른아홉 살 오장훈 씨는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홈런농장’ 대표다. 프로야구 2군에서 10년간 뛰어 홈런왕, 타점왕에 올랐지만 2017년 귀향해 아버지 감귤 농장을 물려받았다. 단순히 가업만 승계한 게 아니다. 꼭 필요한 만큼 물, 비료를 공급하는 스마트 농법을 도입해 비용을 낮추고, 온라인 직거래 채널을 열어 매출은 갑절로 늘렸다. 오 씨는 “노력한 만큼 성과로 돌아오는 농사는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오 씨처럼 고향으로 돌아간 젊은 농업인들이 농촌을 밑바닥부터 바꾸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첨단 농법에 친숙한 청년들은 ‘농업 기업인’으로 변신 중이다. 귀농 경험, 영농 지식을 다른 청년에게 전수하고, 스마트팜 설비를 개발해 보급하는 이들도 많다.
급속한 고령화, 저출산으로 소멸 위기를 맞은 지방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농촌으로 돌아가는 청년층이 쥐고 있다. 전통적 농업 대신 그동안 시도하지 않던 새 작물을 키우고, ‘푸드테크’ 기업을 창업해 지역사회에 부족한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국산 캠벨 포도로 벌꿀술을 만드는 ‘부즈앤버즈’, 경북 문경시에서 직접 재배한 사과와 유기농 재료로 수제 디저트를 생산하는 ‘문경하루’ 등이 좋은 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이색적 가공식품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답례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30여 년간 중국 특수 등에 힘입은 제조업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는 지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세계 경제 블록화 같은 거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수준 높은 IT와 결합한 생산적 농업, 최고 품질의 농산물 및 가공식품 수출은 이런 상황을 돌파할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청년들이 열어가는 농촌·지역사회의 혁신에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