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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中企취업청년 목돈 지원 제도, 내년 폐지

입력 | 2023-09-01 03:00:00

청년도약계좌 등 새 정책에 밀려
시범도입 8년만에 신규 지원 중단
“정권 바뀔때마다 연속성 떨어져”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2년간 1200만 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가 내년에 사실상 폐지된다. 2016년 시범 도입된 지 8년 만이다. 현 정부는 ‘새로운 청년 지원사업이 많다’는 점을 폐지 이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부의 지원책은 없애고, 새 정부가 비슷한 지원책을 새로 내놓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도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내년부터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중단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청년내일채움공제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을 방침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2년간 400만 원을 적립하면 회사 400만 원, 정부 400만 원을 더해 총 12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금 약 2000억 원만 반영되고, 신규 지원분은 빠졌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만 명 규모 시범사업으로 도입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대표적인 청년 지원사업으로 삼아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신규 지원 인원이 2020년에는 13만2000명까지 늘었다. 연간 예산도 2019년 1조 원을 처음으로 넘은 후 2021년 1조4163억 원, 지난해 1조3099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 긴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신규 지원 규모가 7만 명으로 감소했다. 청년과 기업 부담을 늘리고 정부 지원은 줄이는 등 혜택도 축소됐다. 올해는 지원 대상을 모든 업종에서 50인 미만 제조업·건설업으로 대폭 축소시켰고 인원도 2만 명으로 줄었다. 가입 요건이 이처럼 강화된 탓에 올해 7월 기준 청년 신규 가입자는 2493명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은 낮은 임금을 보전해주던 이 제도가 축소돼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최모 씨(26)는 “월급이 적은 중소기업 청년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올해 들어온 직원들은 가입하지 못해 굉장히 아쉬워들 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을 위탁운영했던 한 전남 지역 기관 담당자는 “올해도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꽤 많이 왔는데 청년 채용이 더 어려운 지방에선 이 제도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정권 따라 바뀌는 정책에 효과 반감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폐지에 대해 ‘청년도약계좌’, ‘빈 일자리 취업 청년 지원금’ 등 새로운 청년 지원제도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간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비중이 지나치게 컸다”며 “청년들이 이 제도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올해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는 현 정부의 중점 청년 지원정책이다. 5년 만기까지 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적립한 금액에 대해 정부가 최대 월 2만4000원을 지원한다. 시중은행들도 최고 연 6% 수준의 이자를 제공한다. 내년에 생기는 빈 일자리 취업 지원금은 빈 일자리가 많은 업종에 취업한 청년에게 6개월 재직 시 총 200만 원을 준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청년 지원책을 내놓으려다 보니 비슷비슷한 정책만 양산하고 제도의 내실이나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이든 현장 수요나 객관적 평가에 근거해서 필요하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자산 형성과 장기 근속을 지원하는 제도로, 2016년 시범사업 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청년 취업자가 회사에 다니는 2년간 400만 원을 적립하면 회사 400만 원, 정부 400만 원을 더해 총 1200만 원을 만기금 수령.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