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1년 李 “폭력정권 국민항쟁 검찰 수사는 전혀 지장 없을 것” 비명계 “누가 봐도 방탄 단식” 한동훈 “檢출석 거부 사유 못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왼쪽부터 서은숙 최고위원, 박찬대 최고위원, 이 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본관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9월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검찰 추가 출석과 체포동의안 표결 등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 대표가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되지도 않는 핑계로 단식에 나서는 무책임한 발상을 하니 국민들 억장이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 전날 밤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 결정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 쇄신 및 개각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이 대표는 9월 중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검찰 출석 조사 등을 회피하기 위한 단식이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검찰 수사는 전혀 지장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의 스토킹”이라며 “이재명이 하는 일에 대해서만 검찰은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된다”고 날을 세웠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 당 안팎서 “방탄 단식” 비판
갑작스러운 단식 선언에 민주당은 둘로 쪼개졌다. 비명(비이재명)계 다선 의원은 “타이밍상 누가 봐도 방탄 단식”이라고 했고 친문(친문재인) 의원도 “정기국회에서 정부를 견제할 방법이 많은데 원내 1당 대표가 단식을 하겠다는 건 궁지에 몰렸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비명계 의원들과의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이 대표의 단식 이유를) 잘 이해하고 있을까”라고 했다. 비명계는 전날 이 대표 최측근 모임인 ‘7인회’ 출신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이 민주당 반대로 부결된 것을 두고도 “이 대표가 지시한 것”(김종민 의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윤리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각 위원회와 국회 총의에 맡기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친명(친이재명)계는 엄호에 나섰다. 한 친명계 의원은 “과거에도 정당 대표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을 했다. 오죽 답답하면 곡기를 끊겠느냐”고 했다.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는 2016년과 2019년 각각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역 의원이던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했다. 이 대표는 2016년 경기 성남시장 시절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11일간 단식했다. 다만 친명계 내에서도 “출구전략이 없는 단식”이라는 우려가 조금씩 나오는 모습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