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5인은 교내 박물관 재배치
野 “역사 쿠데타, 독립영웅 모욕”
한덕수 “홍범도함 개명 검토해야”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6인의 흉상 가운데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한다고 31일 공식 발표했다. 또 나머지 5인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5인 흉상은 육사 내 육군박물관에 재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방부 청사 앞 홍 장군의 흉상은 존치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육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홍 장군의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기로 했다”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전 반대 목소리 등 논란이 커졌음에도 육사가 결국 홍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기로 한 데 대해 정부는 2018년 3월 설치 당시부터 공산주의 논란이 제기되는 등 이전 명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육사 내 생도 교육시설인 충무관 입구엔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독립군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5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충무관 내부엔 대한제국군 시위대 대대장으로 근무하다가 1907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당하자 분개해 자결한 독립운동가 박승환 참령(參領·대대장)의 흉상이 있다. 육사가 홍 장군을 제외한 5인의 흉상을 육사에 두면서도 내부에서 재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정부는 이들이 공산주의 논란과 관련 없지만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 흉상만 건물 앞에 설치하는 건 역사 교육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함명과 관련해 “홍범도 장군은 전 소련 공산당원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다.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흉상 이전 논란이 2016년 진수된 잠수함 명칭을 변경하느냐로 확산된 가운데 총리가 이 역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 한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잠수함 개명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 세계 사례가 어떤지는 저희에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주적과 전투를 해야 하는 군함을 상징하는 이름이 공산당원이라면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