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이스너(미국)가 1일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된 US오픈 2회전을 마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존 이스너(38·미국·세계랭킹 157위)는 1일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마이클 모(25·미국·89위)에게 5세트 타이브레이크 승부 끝에 2-3(6-3, 6-4, 6-7, 4-6, 6-7)으로 역전패한 뒤 쏟아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경기가 이스너에게 커리어 마지막 경기로 남게됐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미국 남자 단식 최강자 자리를 지켰던 이스너는 US오픈 개막 전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고 이날 패배로 프로 테니스 선수로서의 17년 커리어를 마쳤다.
존 이스너는 큰 키(208cm)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의 에이스를 앞세워 2010년대 미국 남자 테니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뉴욕=AP 뉴시스
이스너의 에이스는 동료들을 떨게 했다. 하지만 코트 밖 이스너는 동료와 미디어 모두에게 친절해 ‘젠틀 자이언트(Gentle Giant)’라 불렸다.
○전통 고수하던 윔블던마저 마지막세트 타이브레이커 도입하게 한 ‘이스너 룰’
물론 그의 젠틀함은 어디까지나 승부 바깥의 영역에 한정됐다. 승부에 있어서 그는 누구보다 끈질긴 선수였다.
이스너가 2010년 윔블던 1회전에서 니콜라스 마후트(41·프랑스)와 벌인 11시간 5분 승부는 테니스 역사상 ‘최장시간’ 경기로 남아있다. 당시 윔블던은 마지막 세트에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스너는 5세트를 70-68까지 치른 혈투 끝 승리를 따냈다.
2010년 윔블던에서 2박3일에 걸쳐 역대 최장시간 경기 기록(11시간 5분)을 세운 이스너(왼쪽)와 마후트.
이스너는 당시 5세트에서 24-26로 패했다. 결국 윔블던은 이듬해부터 5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도입했다. 다만 6-6부터 타이브레이크를 치르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윔블던은 전통 존중의 의미로 타이브레이크 돌입 기준을 조금 더 높인 12-12로 했다.
○‘준비성’에 가장 큰 자부심 느끼지만 은퇴하는 마음은 준비가 안 돼
패배 후 이어진 온 코트 인터뷰에서 이스너는 북받친 감정에 인터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US오픈 홈페이지 영상 캡처
하지만 준비성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진다던 이스너에게도 은퇴경기 후 복받친 감정은 미처 준비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경기 직후 이어진 온 코트 인터뷰에서 이스너는 눈물을 참다 거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났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