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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즐기며 마라톤은 서브스리…이런 재미 모르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9-02 12:00:00

‘워킹맘’ 김하나 씨의 건강법




중고교시절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비전이 보이지 않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했다.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에 축구는 계속 즐겼다. 최근엔 마라톤에 입문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김하나 씨(37)는 축구와 마라톤을 동시에 즐기며 즐거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워킹맘’이다.

김하나 씨가 2022 경주국제마라톤 마스터스 여자부 풀코스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다. 중고교시절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천안여성축구단에서 축구를 하며 최근엔 마라톤에도 입문해 강자로 떠올랐다. 경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축구를 하다 2018년 5월 마라톤 10km에 출전할 기회가 있었어요. 훈련도 하지 않았는데 48분에 완주했죠. 그랬더니 주위에서 ‘좀만 열심히 하면 시상대에 오르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죠.”

그는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마라톤 출전 두 번째 대회(15km)에서 3위로 입상했고 2019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 때 하프마라톤에 처음 도전했는데 당시 축구를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채로 달리고도 6위를 하기도 했다. 축구와 병행하다 보니 처음엔 10km와 하프코스에 집중했다. 2020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대회가 모두 취소되면서 2년여간 풀코스 완주 준비만 했다. 그의 10km 최고기록은 37분 11초, 하프는 1시간22분33초다.
“대회가 없어 풀코스를 뛸 수가 없었죠. 2년간 축구하면서 장거리주로 몸만 만들었죠. 그런데 축구하는 게 마라톤에 큰 도움이 됐어요. 축구가 일종의 인터벌 트레이닝이었죠.”

김하나 씨가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김하나 씨 제공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그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주로 엘리트 선수들의 심폐지구력을 강화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기록의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전문가들은 1시간 동안 10km를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20회 하는 게 심폐지구력 향상과 에너지 소비엔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김 씨의 경우 축구를 일종의 인터벌 트레이닝 기회로 삼은 것이다. 축구는 공격과 수비 때 상대를 뚫거나 막기 위해 짧고 굵게 달리고, 그 상황이 끝나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반복한다. 아마추어의 경우 전후반 20분 혹은 25분씩 경기를 하기 때문에 축구 한 경기를 모두 뛴다면 40분에서 50분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김 씨의 이런 축구도 즐기고 장거리달리기도 하는 훈련은 바로 효과를 봤다. 지난해 10월 열린 2022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2시간59분59초, 딱 1초 차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이 열망하는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한 것이다. 물론 여자부 우승도 차지했다.

김 씨는 올 3월 열린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50분 11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고 5위에 올랐다. 해외 마스터스 참가자들을 빼면 국내 마스터스 여자부 1위였다. 지금까지 출전한 풀코스 5번 중 한번 빼고 다 서브스리 기록을 냈다. 8월 27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홋카이도마라톤 2023에서만 3시간11분43초로 서브스리를 달성하지 못했다. 섭씨 29.2도에 습도 78%의 무더위만 아니었다면 서브스리는 충분했다. 그는 “이런 더위는 처음이었다. 초반 10km까지 서브스리 페이스로 가다 늦췄다. 자칫 완주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스로 3시간 11분대에 완주했다”고 말했다.

김하나 씨가 공을 차고 있다. 김하나 씨 제공

마라톤 입문 6년 차인 그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달리고 있다. 내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49(2시간 50분 이내 기록)’를 달성하는 게 1차 목표. 그리고 홋카이도 마라톤에서 해외 첫 마라톤 완주를 경험한 것을 계기로 세계 6대 마라톤(보스턴, 뉴욕, 시카고, 베를린, 런던, 도쿄)에도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김 씨는 축구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천안여성축구단 수비형 미드필더로 각 대회 우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천안여성축구단은 지난해에만 충남축구협회장배, 대한축구협회 전국대회, 전주시 한옥마을배 전국대회를 석권했고, 천안시장배에선 3연패를 달성했다. 고등학교까진 수비수였던 김 씨는 수비형미드필더로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으로 이어지는 플레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김하나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천안여성축구단 회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김하나 씨 제공

김 씨의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한다. 새벽에 일어나 10km를 가볍게 달리고 출근한다. 주 2회 축구를 한다. 수요일 저녁과 주말(토요일 혹인 일요일). 축구를 하지 않는 주말엔 장거리주인 LSD(Long Slow Distance)를 한다. LSD는 풀코스를 완주를 위해 긴 거리를 달리는 훈련으로 보통 25~30km를 달린다. 그는 “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32km, 35km, 38km로 끌어 올린다”고 했다. 동아마라톤 등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는 스피드를 올리는 훈련까지 병행한다. 김 씨는 “메이저 대회를 앞둔 다른 대회는 훈련 삼아 달리고 메이저 대회에서 총력전을 펼친다”고 했다.

축구와 마라톤 어떻게 다를까?
“아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죠. 축구는 함께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서로 맞춰주고, 맞춰가면서 나오는 플레이가 효과를 봤을 때 희열을 느껴요. 마라톤은 혼자 달리지만 옆에서 달리는 주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맛이 있죠. 달리고 난 뒤의 그 개운함, 그리고 고된 시간을 이겨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개인적으로 마라톤은 기록 단축도 좋지만 달리면서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요. 그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김하나 씨가 8월 27일 열린 홋카이도 마라톤 2023 출발선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하나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