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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 산이 모인 휴양지, 경남과 울산을 가로지르는 명소 영남알프스. 울산 울주 상북면 인근의 호젓한 산길 도로를 달리다보면, 카페와 찻집 여러 곳과 만난다. 이 가운데 유독 진한 차 내음을 풍기는 곳이 있다. 한 가지 차가 아니라 여러 가지 차의 향이 어우러져 지나가는 이들의 코 끝을 간지럽히는 곳,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방에서 영남알프스의 산맥의 정취가 풍겨오는 곳. ‘리틀티가든 티하우스’다.
이 곳을 운영하는 기업 리틀티가든은 이름처럼, 우리나라의 고품질 농작물로 차와 다과를 만든다. 차의 색과 향, 맛은 물론 약용 효과를 높이는 고유 기술을 가졌다. 이렇게 만든 차를 여러 가지 섞어(블렌딩)서 즐기는 혼합차, 이른바 ‘블렌디드 티’도 연구 개발한다.
블렌디드 티를 연구하는 김민정 리틀티가든 대표 / 출처=리틀티가든
이들이 만든 차의 모습은 다른 곳의 차와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리틀티가든은 차를 티백으로 만들지 않는다. 티백 차는 빠른 시간 안에 우려내야 하기에, 잘게 부순 형태의 찻잎으로 만든다. 이것을 '브로큰 등급' 찻잎이라고 한다. 게다가, 티백 자체가 불투명해 찻잎의 원형을 감상하기도 어렵다.
김민정 리틀티가든 대표는 차를 마실 때, 맛과 향뿐만 아니라 잎차의 모양과 색상 등 시각 요소를 함께 즐기면 더욱 좋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리틀티가든의 차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최고급 ‘홀 리프 등급’ 찻잎으로만 만든다. 유기농 허브와 약재, 과일 등 다른 재료의 원형도 최대한 유지한다. 이를 위해 원물의 특성을 유지하고 형태를 유지하는 특허 기술을 개발, 적용했다. 이들 원물을 갈거나 쪼개는 것이 아니라 개별 차 포장에 통째로 넣는다.
일반 차의 티백(오른쪽 위)과 리틀티가든의 차(왼쪽 아래). 원물의 형태와 맛, 향을 그대로 유지한다 / 출처=리틀티가든
리틀티가든 차를 우리면, 찻잎과 재료가 원래 모습 그대로 찻잔에서 피어난다. 덕분에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소리를 들으면서 향도 맛도 느끼는, ‘오감’을 만족하는 잎차인 셈이다.
리틀티가든의 차의 또 하나의 장점은 다양한 조합이다. 김민정 대표는 차의 재료 원물을 100종 이상 선정해 차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것을 조합해 300종 이상의 블렌디드 티를 만들었고, 이 가운데 30종을 리틀티가든과 리틀티가든 티하우스에서 상시 판매한다.
리틀티가든 티하우스에서 즐기는 블렌디드 티 / 출처=리틀티가든
김민정 대표는 일상 속에서 피어오르는 다양한 감정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블렌디드 티를 만든다. 그리고 차의 개성과 특징을 잘 나타내는 이름을 붙인다. 인기 블렌디드 티 ‘마리아 엘레나’의 이름은 멕시코 음악에서 따온 것이다. 멕시코 대통령이 아내를 떠나보낸 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음악이다. 사람의 오감 가운데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다는 후각을 자극하는, 한 모금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게끔 하는 차가 마리아 엘레나다.
리틀티가든이 조합해 만든 여러 종류의 블렌디드 티 / 출처=리틀티가든
‘엄마의 회초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블렌디드 티도 있다. 유기농 루이보스 티를 베이스로 고수와 펜넬 등 열 가지 항신료를 조합해서 만든 차다. 시원하고 매콤한 맛, 따뜻하고 달콤한 맛 등 마실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한다. 따끔한 지적으로 자녀를 빗나가지 않게 이끄는, 그 다음에 따뜻하게 위로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블렌디드 티다.
블렌디드 티 ‘보조 찻데리’는 남미 지역의 허브 마테 잎을 유기농 재배하고, 이를 중국 운남성 자스민 녹차와 섞은 차다. 한약재 구기자도 들었다. 마테 잎으로 만든 마테차에는 우리 몸 속의 세포를 깨워 천천히 기력을 올려주는, 특수한 카페인 성분이 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피곤하고 지친 눈을 돌볼 구기자를 더해, 한 모금 마시면 활력을 전달하는 블렌디드 티로 만들었다. 리틀티가든은 이 차를 직장인, 운동 마니아에게 권한다. 눈의 피로를 없애고 활력을 더해준다며 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에 마시기 좋은 차라고도 덧붙였다.
직접 찻잎을 덖는 김민정 대표 / 출처=리틀티가든
리틀티가든은 그 밖에도 수십 종에 달하는 블렌디드 티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소개한다. 이들 제품의 원료와 제다(차를 만드는 방법) 과정, 차의 특징과 알맞게 마시는 방법도 함께 알린다. 잘 만든 차와 블렌디드 티의 매력을 잘 알리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김민정 대표의 경력과 경험이 녹았다.
교육과 디자인을 전공한 김민정 대표는 일에 지친 나머지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생활 습관과 함께 먹는 것, 그 중에서도 자주 먹는 물부터 몸에 좋은 것으로 바꾸려 했다. 그러다 차를 만났다. 수십 가지 차를 마시고 느끼던 김민정 대표는 문득, 차를 여러 개 섞어 다양한 맛을 내도록 할 아이디어를 냈다. 곧바로 세계 명차들의 티백을 구해 뜯어보고, 내용물을 연구하며 조합을 거듭했다. 이렇게 리틀티가든의 매력 중 하나인 원물 차 개별 포장이 태어난다.
청심다원 지담스님(오른쪽)과 차를 만드는 김민정 대표 / 출처=리틀티가든
이어 김민정 대표는 찻잎을 덖고 다루고 배합하는 방법을 공부한다. 차 원물 고유의 약용 효과와 매력, 맛과 향을 더 진하게 할 목적에서다. 그러다가 '동다송'에서 '다선일미' 사상으로 우리나라의 차 문화를 만든 초의선사의 후계자, 가마솥 차 덖음 전문가, 평차와 행다 전문가 등 차의 대가들과 만난다. 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고유의 차를 즐기는 정신을 계승하면서 발전을 유도, 새로운 차 문화를 만들자는 목적에 연구를 거듭했다.
리틀티가든이 만들 새로운 차 문화는 ‘일상의 곁에 있는 차’다. 하나하나 손수 제대로 만들어 맛과 향이 진한 차, 재료의 속성과 특징을 최대한 살린 차, 사람들이 늘 곁에 두면서 부담 없이 즐기는 차를 만들자는 목표도 세웠다. 이런 노력을 인정 받아, 김민정 대표는 초의선사의 6대 다맥인 청심다원 지담스님의 뒤를 이어 7대 다맥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다 기술을 전수받는 중이다.
리틀티가든의 차와 다과, 베이커리류 / 출처=리틀티가든
울산 울주에 있는 리틀티가든 티하우스와 연구실은 김민정 대표의 블렌디드 티를 포함해 새로운 차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권위를 발휘하는 블렌디드 티 경연 대회 ‘2023년 코리아 티 챔피언십’에서 상을 받은 블렌디드 티, 마리아 엘레나와 딸기덤불산책도 이 곳에서 만난다.
리틀티가든이 만든 차 문화에는 블렌디드 티 외에도 차와 함께 즐기기 좋은 베이커리, 다과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비건 푸드 제품군은 혁신식품대상 ESG상을 받았다. 김민정 대표는 간호사 출신 파티쉐, 지중해식 연구자와 당뇨환자식 영양사, 병원식을 20년 동안 조리한 조리사 등 다양한 음식 연구 경력자들이 합류한 덕분에 거둔 성과라고 말한다. 이들과 함께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즐기는 차 문화를 만들 각오도 다진다.
리틀티가든이 최근 선보인 블렌디드 티 선물세트 / 출처=리틀티가든
블렌디드 티와 다과류, 우리나라 고유의 새로운 차 문화를 약 5년 동안 다듬은 리틀티가든은 이제 차근차근 세력을 키우려 한다. 아직 영업 초기 단계라 매출이 많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판로를 개척하면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에는 블렌디드 티의 매력을 널리 알릴 차 선물세트의 구성도 마쳤다. 소비자들의 눈, 코를 즐겁게 할 블렌디드 티를 엄선해 넣고, 내외 포장재를 100% 친환경 생분해 소재와 공정삼림 인증 FSC 소재로 만든 제품이다. 유기농 현미, 식후 혈당 억제와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내는 기능성 성분, 설탕의 천연 대체 소재로 만든 비건 베이커리 제품군도 인기를 모은다.
관계자들이 리틀티가든 티하우스에서 차를 마시며 차 문화를 연구하는 모습 / 출처=리틀티가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리틀티가든의 시제품 생산 비용, 홍보 마케팅과 판로 개척을 지원했다. 김민정 대표는 유통가로의 입점 상담, 제품 품평회와 전문가 네트워킹, 소비자 행사 등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받은 덕분에 성장했다고 말한다. 풍부한 지원 덕분에 리틀티가든은 매년 100% 이상 매출 규모를 늘렸다. 대규모 공장도 신설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리틀티가든 티하우스는 매달 5000명 이상이 찾는, 영남알프스의 명소로 자리 잡는 중이다.
김민정 대표는 “차는 간단히 즐기면 된다. 격식을 챙기지 않아도, 다기와 같은 장비가 없어도 좋은 차를 우려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눠 마시면 그것이 바람직한 차 문화다. 차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가늠해보면 더 좋다. 블렌디드 티와 우리나라 고유의 새로운 차 문화를 전파, 누구나 차를 마시며 즐겁게 살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