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x 동국대 캠퍼스타운] 스케일업팀이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반려견은 사람보다 약 16배 소리를 잘 듣는다. 이로 인해 생활 소음(빗소리, 천둥, 청소기 소리, 초인종 소리 등)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도한 소음 스트레스는 불안 증세, 짖음, 구토 등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시력 상실까지 초래한다.
케어포유 케어펫 뮤트 스퀘어 사진 / 출처=케어포유 스마트스토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어포유는 반려동물을 위한 스마트 방음 펫하우스 ‘케어펫 뮤트’를 개발했다. 약 1년 4개월 동안 개발해 2022년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케어펫 뮤트 ‘프리미엄’, ‘스탠다드’, ‘스퀘어’의 라인업을 확보했다. 그리고 다양한 IoT 센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 반려동물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돕는 2세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준용 케어포유 대표(좌)와 김유광 한국벤처컨설팅 이사(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스케일업팀은 김준용 케어포유 대표와 함께 김유광 한국벤처컨설팅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전문엔젤로 다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문활동 및 유관기업 협업 등을 조언하고 있는 투자 관련 전문가다.
* 아래 기사는 김준용 케어포유 대표와 김유광 한국벤처컨설팅 이사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시작한 ‘케어포유’
김유광 이사: 투자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케어포유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처음 사업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사업 시작 후 어떤 활동을 지속했는지 등이다. 간혹 투자 유치에 나선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매출, 이익률 등 숫자 가득한 수치 중심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전에 자신의 스토리를 준비하시면 좋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의외로 좋은 평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김준용 케어포유 대표 / 출처=IT동아
다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기존 기저귀 생산 공장에 제품 디자인을 전달하고 생산을 의뢰했는데, 생산 라인을 새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자금이 문제였다. 약 10억 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이 때 피벗을 결심했다. 케어포유라는 사명에 담은 ‘일상의 불편함을 제품으로 해결해 보자’는 모토 안에서 찾았다. 16년간 함께 지낸 반려견 두 마리(몽실이와 아롱이)가 있었는데, 몽실이는 잘 때도 항상 귀를 열고 있고, 작은 소리에도 크게 짖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방음 부스를 떠올렸다. 2021년부터 개발, 2022년 3월 와디즈 펀딩으로 첫 판매를 시작하며 가능성을 봤다. 그렇게 반려동물을 위한 방음 부스를 개발, 지금에 이르렀다.
김유광 이사: 원론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다. 반려동물이 안정할 수 있는 공간으로 케어펫 뮤트를 개발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케어펫 뮤트에서 나오면 또 소음에 노출되는 것 아닌가. 그럼 반려동물을 위해서는 항상 케어펫 뮤트 안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준용 대표: 하하. 우리도 고민했던 부분이다. ‘아이들이 계속 집 안에만 있는 것 아닐까?’, ‘안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다. 집이 좋은 사람도 외부 활동은 필수다. 그리고 지친 몸을 집으로 돌아가 휴식한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산책도 하고, 간식도 먹고, 밥도 먹기 위해 돌아 다닌다.
케어펫 뮤트 스퀘어를 구매한 고객들의 스마트스토어 포토, 동영상 리뷰 모음 / 출처=케어포유 스마트스토어
김유광 이사: 아…, 이해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인의) 하우스 안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하우스… 인 셈이다. 나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김준용 대표: 케어펫 뮤트를 구매하시는 고객 중에 크게 짖는 반려동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성대 수술을 고민했던 반려인들이 많다. 하지만, 성대 수술은 학대에 가깝다는 인식을 피할 수 없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대안책이다.
시장 가치 증대를 위한 매출 확대, B2B는 무조건 해야 한다?
김유광 이사: 간단하게라도 매출을 알려줄 수 있을까.
김준용 대표: 2022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해 케어펫 뮤트 100개 정도를 판매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은 2.7억 원 규모다. 올해 매출은 3.5억 원 규모다. 아직 B2C 대상으로만 판매하고 있으며, B2B 판매를 위한 영업 활동은 안하고 있다. 요즘 애견 카페, 동물병원, 반려동물 호텔, 유기견 보호소 등에서 문의를 받고 있다.
김유광 한국벤처컨설팅 이사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출처=IT동아
김유광 이사: B2B 영업 활동을 위한 케어펫 뮤트 디자인이나 판매 가격 등은 가지고 있나.
김준용 대표: 사실 케어펫 뮤트 스퀘어 라인은 B2B까지 생각해 개발한 제품이다. 직사각형의 모튤 형태로 제작해 위로 쌓을 수 있다. 낭비되는 공간을 줄이고, 적층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여러 개를 한 공간에 쉽게 넣을 수 있다. 대량 판매에 대한 가격은 아직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매출 확대를 위해 B2B에 대응하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최소수량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가격은 어떻게 해야 할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김유광 이사: 맞다.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B2B는 놓칠 수 없는 시장 중 하나다. 대응할 수 있다면 케어포유의 시장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간혹 대량 판매에 따른 매출 확보에 빠져 수익을 크게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B2C 대상으로 10대 판매했을 때 천천히 이익을 쌓던 스타트업이 B2B 대상으로 100대 판매하며 손해보는 경우가 있다.
즉, 숫자만을 보고 무조건 B2B를 준비해서는 안된다. 손해나지 않는 범위를 잘 설정해야 한다. 생산 원가, 인건비, 운송비 등 필요한 비용을 모두 산정해야 한다.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B2B 계약을 통한 대량 생산 체계 확보다 / 출처=케어포유
김준용 대표: 현재 문의하는 곳은 한 지점에서 5~8대 정도다. 100대, 200대 규모로 판매를 문의하는 곳은 아직 없는데.
김유광 이사: 제조업체에게 B2B는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절감에서 오지 않나. 5~8대는 대량 생산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1~2대씩 B2C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나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고안해볼 수도 있다. 렌탈 사업이다. 대량 생산해 제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투자 비용으로 확보한 뒤, 보증금을 받아 여러 곳에 납품하는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무조건 싸게 대량 판매한다고 꼭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소문 듣고 왔다며, “우리도 싸게 해달라”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사가 등장할 수 있다. 즉, B2B도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손해를 떠안아가면서 무리하게 매출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투자 유치, 시장의 잣대에 휘둘릴 필요 없다
김준용 대표: 지금까지 한번도 투자를 유치하지 않았다.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며 나름의 이익을 발생시켜 사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광 이사: 맞다. 자료를 보고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럴 것이라고 많이 생각했다. 시드 투자 유치 단계는 이미 지난 상황이다. 지금은 더 많은 자금을 통해 제품 생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해 보이는 단계다. 1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 이런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약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김준용 케어포유 대표(좌)와 김유광 한국벤처컨설팅 이사(우) / 출처=IT동아
김준용 대표: 맞다. 그래서 고민이다.
김유광 이사: 어떤 고민인지 알겠다(웃음). 처음 투자를 받으니 1억~3억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올라가야 하는데, 케어포유가 필요한 자금 규모는 더 많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는 김준용 대표에게)
그런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시드 투자를 100억 원 규모로 받는 스타트업도 있다. 간혹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투자 유치 규모, 시장 가치를 자기 스스로 규정하는데서 오는 착각이다. 시드 단계에는 얼마, 시리즈A 단계에서는 얼마, B 단계에서는… 마치 공식처럼 생각한다. 수학 방정식인가? 아니다.
‘우리는 시드 투자도 받지 않았는데, 그럼 적은 규모로 투자 유치를 시작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할 필요조차 없다. 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란, 사업 확장을 위해, 제품 개발을 위해, 고객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투자자에게 요청하는 일이다. 단순하다. ‘이렇게 성장하기 위해 이만한 자금이 필요합니다’라는 것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과정일 뿐이다.
스타트업 투자 유치에 공식은 없다 / 출처=셔터스톡
‘이럴거야’라는 가정은 필요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도 수많은 변수를 겪는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비가 필요할 수도 있지 않나.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일이 발생한다. 예상과 다른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고, 갑자기 경쟁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투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을 받아야 한다. 투자 유치로 필요한 자금이 6~7억 원이라고 판단했다면, 10억 원을 투자 받아야 한다. 자금이 모자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김준용 대표: 그러면 투자를 못 받는 것 아닌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투자하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김유광 이사: 누가봐도 1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게 6~7억 원이면 된다고 얘기하는 투자자를 만났다면, 과감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통해 이익을 올리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다. 그런데,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해 움직이는 투자자라면 더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 “그것 보다는 더 받으셔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김유광 한국벤처컨설팅 이사 / 출처=IT동아
스타트업의 성공에 관심있는 투자자라면, 더 많은 자금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스타트업과 투자자는 파트너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고 찾아가는 협력자다.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김준용 대표: 참… 쉽지 않은 생각 같다.
김유광 이사: 만약 공식처럼, 시장에 통용되는 규모로 시드, 시리즈A/B/C/D, IPO 순으로 진행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투자 유치도 공식에 맞춰서 ‘아, 이 정도 했으니까 IR을 준비해야 겠다’라고 움직일 것인가?
아니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 대표님이라면, 투자 유치는 일상 속에서 계속 하고 있어야 한다. IR을 생활화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기본적인 자세다. ‘시리즈A 마무리했으니까 이제 한동안 투자자는 만날 필요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버려야 한다. 정말 아니다. 평소에 친구 만나듯 자연스럽게 계속 만나야 한다.
그렇다고, 투자자가 있는 저녁 자리에 무조건 찾아가 달려가라는 말은 아니다(웃음). 좋아하던 여성이 있는 자리라면 무조건 찾아가는 남자? 부담스럽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반려동물을 키우는 투자자가 있다면 “저희 전시장에서 사용하던 제품이 있는데, 한번 사용해 보실래요?”처럼… 그렇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이후 이번 기사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현재 케어포유가 원하는 투자 규모를 듣고 김유광 기사가 투자 유치 방법, 팁 등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김유광 이사: 올해 매출 지표가 나왔다면, 내년 매출 예상 지표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단순히 ‘시장 동향이 이래서’,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이렇게 성장하고 있어서’ 이런 지표는 지양해야 한다. 케어포유처럼 이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우리가 누적해 확보한 지표를 통해 판매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출처=셔터스톡
참고로 케어포유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시드 투자 유치 단계는 넘어섰다. 다만, 개인신용도는 중요하다. 연 매출 100억 원, 1000억 원을 기록하는 스타트업이라도 대표의 신용등급을 많이 참고하기 때문이다.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 대표의 신용도가 낮다? 그것 자체로 이상한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웃음). “그동안 사업하면서 여러 일이 있어서 미처 챙기지 못했습니다”라는 답변은 필요없다. 그저 껄끄럽고 피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케어포유의 자금 계획은 우량하다. 투자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남은 것은 원가 절감 등 생산 관련 확보인데, 제조업체가 갖춰야 하는 필수 요소다. 이 부분을 해결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 유치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자는 처음부터 친구처럼 가까워질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친구처럼 만나야 한다(웃음). 오늘 자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연락을 부탁한다. 케어포유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