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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허위 인터뷰 신학림 압수수색

입력 | 2023-09-01 19:53:00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자택 인근에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1 뉴스1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지난해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의혹을 인터뷰하는 대가로 현금 1억62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오전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 전 위원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신 전 위원장은 2021년 9월 김 씨의 청탁으로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 과정에 윤 대통령이 개입한 것처럼 허위로 인터뷰하고 그 대가로 5일 후 1억6200만 원을 계좌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도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입건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위원장은 대선을 3일 앞둔 지난해 3월 6일 “대검 중수2과장으로 일할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검사를 맡았던 윤 대통령이 ‘대출 브로커’ 조모 씨의 검찰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김 씨의 녹음파일 대화 내용을 뉴스타파에 제보했다. 2021년 9월 녹음된 파일에는 김 씨가 “박영수 (특별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진단하더니 (조 씨에게) ‘(윤 대통령에게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고 그랬다. 그래서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라고 했다”고 발언하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이 내용이 김 씨의 청탁으로 꾸며진 허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 씨를 조사하며 “중수부 조사를 받을 당시 윤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2021년 9월 조 씨에게 전화해 “윤석열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할 테니 양해해달라”고 말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조 씨는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다.
 
신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에 있는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웃기는 얘기”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내가 쓴 책값으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위원장은 김 씨와 안부를 묻다 2021년 9월 15일 만나 당시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약 6개월 후인 2022년 3월 4일 ‘뉴스타파’에 제보했다고 한다. 보도 여부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김 씨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쓴 저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김 씨가 관심을 보였다”며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다시 만나 저서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300만 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 중 부가세가 포함된 잔금이라며 1억6200만 원을 (계좌로) 입금했다”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 중 검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 ‘9월 20일 1억6200만 원을 수수했다’고 적시한 대목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신 전 위원장은 3권으로 이뤄진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를 직접 꺼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정식 출판되지 않아 10세트도 (시중에)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매긴) 책값 1억5000만 원도 저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민기자 blick@donga.com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